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성장을 거듭하며 질주하는 반면 유럽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수익성 악화로 휘청이고 있다. 글로벌 ‘톱3’인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필두로 세계 2위 자리를 노린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기세가 매섭다. 2일 세계 자동차산업 조사업체인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비야디(BYD)는 올해 9월까지 291만1579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4만6997대보다 35.6% 늘어난 수치다. BYD는 올해 글로벌 10위권 내에서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했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BYD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113만대를 판매하면서 포드(109만대)를 제치고 신차 판매량 6위에 올랐다. BYD의 분기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업체 중 성장세를 보인 건 BYD뿐만이 아니다. 중국 2위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는 82만대를 판매하면서 일본 닛산을 제치고 9위 자리를 차지했다.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체리는 55만대로 12위에 올랐다.
글로벌 3위 현대차·기아는 2.2% 감소한 494만9511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량이 다소 감소했지만,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에선 덜 줄어든 편이다.
1위 토요타는 719만2108대로 7.6% 감소했고, 폭스바겐도 2.5% 감소한 616만8528대에 그쳤다. 지프, 푸조 등 브랜드를 소유한 스텔란티스 그룹은 무려 9.5%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실적도 좋은 편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1조3681억원으로 폭스바겐 그룹(19조3690억원)보다 높았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들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도중 물러나기로 했다. 임기가 2026년 초까지였으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책임을 지고 사임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스텔란티스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에서 수요 감소로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급감했다. 스텔란티스는 새 CEO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폭스바겐은 10% 임금삭감과 일부 공장 폐쇄를 추진하다가 독일에서 경고파업 사태를 맞이했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단기간 벌이는 파업이다. 양측은 오는 9일 만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인데,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닛산은 최근 중국·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글로벌 생산 능력 약 100만대(20%)를 줄이고 9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책임자인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도 저조한 실적으로 2027년까지 유럽에서 4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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