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약점이 강점이 되는 역설적인 통찰을 보여줬다. 골리앗은 말단비대증의 부작용으로 시력 저하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양치기 다윗은 이를 파고들었다. 다윗은 칼싸움 대신 돌팔매를 선택해 싸움의 규칙 자체를 바꿨고, 민첩함을 십분 활용해 골리앗의 이마를 정확히 가격했다. ‘작은 몸집’과 ‘낯선 무기’라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해 거인을 쓰러뜨린 것이다. 이처럼 약점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성공의 발판이 된다. 스포츠 문외한인 비벡 라나디베 감독이 이끄는 농구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드리블, 패스, 슈팅, 어떤 것도 제대로 하는 선수가 없었다. 라나디베 감독은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농구의 규칙을 완전히 뒤집는 전략을 택했다. 바로 ‘전면 압박 수비’였다. 아이들은 상대편 선수들을 악착같이 쫓아다녔고 쉴새 없는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했다. 이 전략은 놀랍게도 성공을 거뒀고 차례차례 강팀을 물리치며 전국대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 함대에 맞서야 했던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의 좁은 해협과 빠른 조류를 이용하는 전략으로 왜군을 격파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콩은 미군의 압도적 화력과 최첨단 무기에 맞서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릴라 전술을 펼쳐 장기전을 유도함으로써 결국 승리를 거뒀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때마다 놀라는 걸까. 왜 약점을 가진 존재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대개 약점은 가난, 장애, 불운 등을 의미한다. 승리나 성공을 위해 역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역경에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짜 강점이고 약점인지 치밀하게 재검토하는 것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위기를 맞았다. 지적측량 수요가 급감하며 창사 이래 최초로 경영난에 직면한 것이다. LX공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강도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점은 LX공사의 약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LX공사는 과거에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분을 반납해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탠 것은 이런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다윗이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렸듯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LX공사는 40년 넘게 축적한 지적측량, 공간정보 기술과 전국 네트워크, 그리고 구성원들의 단결된 의지를 바탕으로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공유재산 위탁관리 등 신사업 분야를 적극 개척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혁신을 향해 나아간다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탄탄한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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