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민간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레미콘을 직접 조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24주구 현장에서 레미콘을 직접 제작·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뤄진다면 건설사가 서울 민간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레미콘을 만들어 쓰는 첫 사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반포주공 124주구 건설현장에 ‘배치 플랜트’(Batch Plant·BP)를 설치·운영하기로 서초구청 등 관계 기관에 의견을 타진하고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P는 시멘트에 모래나 자갈 등의 재료를 조합해 레미콘을 만드는 설비다. 서울 시내에서 지하도로 건설 현장 등에 BP가 설치된 사례는 있지만, 민간 정비사업 현장은 처음이다.
반포124주구에 BP를 설치키로 한 이유는 레미콘 품질 유지, 근본적으로는 건축물 안전 때문이다. 통상 레미콘은 외부 공장에서 만든 뒤 이를 차량으로 공사현장까지 이송해 사용하는데, 레미콘 특성상 90분 이내에 타설하지 못하면 굳어서 사용할 수가 없다.
문제는 서울 내 레미콘 공장은 풍납동 한 곳에 불과해, 서울 시내 모든 공사 현장에 필요한 레미콘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시외에서 레미콘을 이송해오는데, 교통난이 더해지면 시간 내 이송이 어렵다. 굳어가는 레미콘을 사용하면 콘크리트 품질이 떨어져 안전 문제가 생긴다.
레미콘 운송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이 경기도에 있다고 해도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현장에는 90분 이내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특히 서울에는 고층 건물이 많아져 물량이 많이 필요한데, 품질이 떨어지는 콘크리트가 쓰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품질 저하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6월 관련 학회, 협회 등과 품질 확보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BP 설치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 124주구 현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5000여가구를 짓는 초대형 현장이다. 레미콘 수요가 많으면 하루 8000㎥가 필요한데, 레미콘 운송 차량 한 대가 운반할 수 있는 양은 6㎥에 불과하다. 즉 하루 1300여대의 차량이 현장을 드나들어 교통체증이 불가피하다.
BP를 설치하면 약 300억원의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 BP를 설치해 현장에서 레미콘을 만들면 타설 시간 내 작업이 가능하고, 원활한 레미콘 공급으로 공사 지연도 예방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멘트 공급 부족과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 등으로 최근 수년간 건설 현장에서는 준공 지연 사례가 잇따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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