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음성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예정보다 두 달이나 이른 시점에 신제품을 공개한 것으로, 아이폰16 공개를 앞둔 애플을 견제한 행보로 읽힌다.
구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메이드 바이 구글 2024’를 열고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픽셀9를 공개했다. 해당 스마트폰에 탑재될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의 새 기능도 선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기능은 사용자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음성 AI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어울리는 1990년대 음악으로 재생 목록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AI가 이에 응답하는 형식이다. 사용자는 이 기능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묻고 답할 수 있다.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핸즈프리 기능도 있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지난 5월 선보인 GPT-4o와 같은 AI 기능이다. GPT-4o가 아직 시범적으로만 활용되고 있고, 애플이 음성 비서 ‘시리’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만 밝힌 상황에서 정식 출시는 구글이 처음이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이날부터 픽셀폰 등 안드로이드폰에서 제공된다. 구글의 구독 서비스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가입자들만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구글 픽셀폰은 한국에서 출시되지 않았지만, 삼성 갤럭시폰 이용자들은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를 가입해 영어 버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스마트폰에서 사용 중인 메일·메모·업무 관리 앱 등과 결합도 가능하다. 집들이를 준비할 때 친구에게 메일로 받은 레시피를 바탕으로 필요한 재료 목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곧 출시될 캘린더(Calendar) 확장 기능을 사용하면 식료품점 전단 사진을 바탕으로 품목별 할인 일정에 대해 알림을 받을 수 있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차이를 언급하며 애플을 저격했다. 밤에 사진을 찍었을 때 아이폰15보다 픽셀9로 찍은 사진이 더 환하게 보이는 장면을 비교해 시연했다. 그러면서 같은 위치에서 다르게 찍은 두 사진을 혼합할 수 있는 ‘애드 미’,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 배경을 바꿀 수 있는 ‘리매진’ 등 픽셀9의 새로운 카메라 기능을 설명했다.
구글은 통상적으로 매년 10월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했지만, 이번 행사는 이례적으로 두 달이나 앞당겨 개최됐다. 다음 달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아이폰16 출시를 앞둔 애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경쟁사들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신제품을 공개함으로써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제미나이 AI 비서 도입은 애플보다 먼저 AI를 탑재하겠다는 구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곧 제미나이와 시리, GPT-4o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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