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납품 단가 갈등으로 거래를 끊었던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약 1년 8개월 만에 다시 손잡았다.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세로 위기감을 겪어온 쿠팡이 적자 전환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하자 CJ에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내수 침체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발 유통업계 불안 등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각각 식품과 이커머스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전격적으로 관계 회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14일부터 햇반, 비비고, 스팸 등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우선 비비고 만두·김치, 고메 피자 등 냉동·냉장·신선식품 판매가 재개된다. 햇반과 스팸, 비비고 국물요리 등 상온제품은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의 추석 선물 세트도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양사는 고물가 속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우수 상품·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쿠팡 측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CJ제일제당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CJ제일제당과 쿠팡은 납품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2022년 12월부터 발주가 중단됐다. CJ제일제당은 대신 네이버쇼핑이나 신세계그룹, 배달의민족 등 다른 플랫폼과 이른바 ‘반쿠팡 연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부터는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해 햇반 등 주요 제품을 판매해오고 있다.
양사의 협력 재개를 놓고 난관에 봉착한 쿠팡이 CJ 측에 먼저 거래 재개를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쿠팡은 올해 2분기 2500만 달러(약 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8개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또 이달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7890원으로 인상하면서 회원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품목별 국내 1위 식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CJ제일제당과 화해가 필요했다는 진단이다.
양사는 올해 초부터 거래 재개를 위해 논의해오다 지난 3월 쿠팡플레이가 주최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 당시 쿠팡 강한승 대표가 CJ 손경식 회장 등을 초청해 함께 경기를 관람한 것이 결정적 화해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CJ제일제당 역시 최근 티메프 사태로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무너지면서 물량 소화를 위해 출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CJ제일제당은 쿠팡 입점을 통해 내년 목표였던 ‘햇반 매출 1조원’ 달성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사업 파트너로서 필요성이 컸던 만큼 자존심 싸움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라며 “이커머스 업계 전반 신뢰가 하락한 상황에서 양대 기업의 재협력이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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