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뚜렷한 강세 후보 없이 혼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새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미국의 산업·통상 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지는데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로서는 미리 새 미국 행정부에 맞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두 후보를 모두 새 미국 대통령이라 가정하고 득실에 대한 셈법에 들어갔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네트워크를 찾는 작업에 분주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일부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대기업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실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과거 트럼프 대통령 시절 쌓았던 대미 네트워크를 재가동할 준비에 들어갔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연설 도중 날아온 총알에 의해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은 직후에는 재계를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미 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시절 산업·통상 라인 인사들을 기업이 직접 영입하거나 고위급 만남을 추진하려 했다. 기업들은 또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친분을 두텁게 유지하고 있는 인적자원을 활용할 방안도 들여다 봤다. 예를 들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골프를 많이 친 프로 골퍼가 김주형이라는 정보를 토대로 김주형의 과거 후원기업이었던 CJ가 주목받았다. 일부 대기업들은 CJ의 김주형 관련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 등장 이후 기업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에서는 일단 두 후보의 주요 정책 방향성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뒤 영향도를 파악하는 중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따르면 미국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중심을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반면 공화당은 규제 완화와 감세, 기술혁신 장려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어 미국의 법인세 인상·인하 여부는 주요 변수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조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확대, 석유 지배력 축소를 모토로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공화당은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하면서 원전 등 에너지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대부분 정책에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큰 온도 차를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는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기 요소”라면서 “섣불리 특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네트워크를 쌓는 물밑 움직임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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