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비만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비만 및 관련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하루 2시간 이상 앉거나 누워서 TV를 보거나 업무 외 컴퓨터 사용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유전 요인에 의한 비만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 원홍희 교수와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김민서 심인정 연구원은 하버드 의대와 함께 영국 바이오뱅크 등록 33만8000여명의 유전체 및 생활습관 정보를 분석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대사 분야 국제 학술지(Cell Metabolism)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관련 유전자 변이들과 그 효과 분석을 통해 비만 위험도를 가늠할 다중유전자점수(PGS)를 산출했다. PGS를 바탕으로 유전적 비만 고위험군(PGS 상위 20%), 중등도 위험군(중간 60%), 저위험군(하위 20%)으로 구분했다. 또 비만 유발과 관련 있는 5가지 생활습관 요인(식단, 신체 활동, 좌식 행동, 알코올 섭취, 수면 시간)을 점수화했다.
건강한 식단은 8가지 기준(과일·채소·통곡물·생선 섭취 증가, 정제된 곡물·가공육·붉은 고기·가당 식품 및 음료 섭취 감소) 중 4가지 이상 충족 시 해당된다. 적정 신체 활동은 주당 3000MET(대사당량·운동량 표시 방법 중 하나)분 이상, 적은 좌식 행동은 앉거나 누워서 TV 시청이나 업무 외 PC 사용을 하루 2시간 이하, 적정 알코올 섭취는 여성 하루 14g 이하(소주 기준 2잔) 및 남성 하루 28g(4잔) 이하, 적절한 수면 시간은 하루 6~8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정했다.
각 기준 충족 시 1점을 부여해 총점수 기준으로 건강한 생활습관 그룹(4~5점), 중간 수준 생활습관 그룹(2~3점), 불량한 생활습관 그룹(0~1점)으로 나눴다.
종합 분석 결과 유전적 위험도가 낮고 건강한 생활습관 가진 그룹 기준으로 했을 때 유전적 위험도가 높고 불량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비만 위험도가 3.54배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같은 고위험군이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경우 비만 위험이 2.16배로 떨어졌다. 중등도 유전적 위험을 가진 사람이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는 경우(2.63배)와 비교해서도 위험도가 낮았다.
생활습관 개선에 따른 비만 예방 효과는 유전적 위험도가 높을수록 증가했다. 아울러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TV 시청 및 PC 사용이 2시간을 넘기는 경우 비만 위험 증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낮은 신체 활동과 부적절한 식단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건강한 생활습관이 심혈관계 질환 등 비만 관련 15개 질병의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 원홍희 교수는 15일 “개인의 유전적 비만 위험도는 현재 ‘DTC(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나, DTC 검사 결과는 의학적 진단이 아닌 만큼 꼭 전문가 조언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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