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거세지면서 D램에 밀려났던 낸드플래시(낸드)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AI 데이터 저장장치 필수품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의 대용량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하반기 낸드 생산 업계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30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은 전 분기보다 62.9% 늘어난 37억581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SSD는 다수의 낸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으로 그동안 D램의 인기에 밀려 성장세가 주춤했다. 반면 AI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HBM의 수요가 급증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대역폭 초고속 메모리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생성형 AI 출시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생성형 AI가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담을 공간이 필요하게 됐고, 이는 낸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낸드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남아있어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낸드가 여러 개 연결된 고성능 SSD는 AI 추론 단계에서 알고리즘을 빠르게 작동시킨다.
SSD 수요가 늘면서 관련 업계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3~5월) 기준 68억1000만달러(약 9조4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업계 수급 상황이 개선돼 강력한 가격 인상을 추진하자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HBM·SSD와 같은 AI 관련 제품 점유율을 높였고, 빠르게 성장하는 AI 수요 덕분에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반도체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두 회사 모두 올해 1분기 기업용 SSD 매출에서 긍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삼성전자 매출은 17억8200만달러(약 2조4600억원), SK하이닉스와 자회사 솔리다임의 매출은 11억4390만달러(약 1조5800억원)로 각각 전 분기 대비 85.4%, 49.3% 늘었다.
주요 증권사들은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면서 두 회사의 흑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D램·낸드의 ASP 상승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3배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북미 수요 호조로 2분기 매출이 30% 이상 증가할 것이고, 솔리다임도 2분기에 대용량 SSD 주문에 따른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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