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을 위한 한국의 대표적인 제도는 육아휴직이다. 한국은 부모 각각 1년씩 유급(통상임금 80%)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반면 독일은 법정 육아휴직 기간 3년 중 부모 합산 14개월까지만 ‘부모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임금의 65%(최대 월 1800유로)를 받을 수 있다. 2007년 도입된 부모 수당은 남녀 각 2개월에 더해 부모 중 누구든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10개월까지 지급한다. 일반 조세를 재정으로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도 부모 수당 대상이다.
제도상으로는 한국의 혜택이 더 크지만, 독일과 한국의 출산율 격차는 0.5 이상이다. 현재 독일은 아빠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여 여성을 빨리 노동시장으로 복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에선 부모 수당 도입으로 고소득 여성의 육아휴직 참여도가 높아지고, 아빠의 육아휴직이 길수록 엄마의 직장 복귀를 앞당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 연구기관인 ‘노동시장과 직업 연구소(IAB)’에 따르면 남성이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비중은 자녀 3세 이전에 25% 정도로 급격히 상승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자녀가 12세가 돼서야 여성의 복귀 비중이 25% 수준을 회복했다.
독일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0년 기준 43.7%로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친다. 독일은 올해 4월부터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쓰지 않고 ‘1개월’을 겹쳐서 사용할 경우 남녀 모두 부모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한국의 ‘6+6 부모육아휴직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IAB 관계자는 “부모 수당은 휴직 기간이 길수록 복귀가 어려워지는 여성의 빠른 복귀를 유도하는 정책”이라며 “2005년부터 보육시설을 확장한 효과와 부모 수당 효과가 결합돼 출산율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