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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바이든의 ‘네타냐후 손절’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지난 14일(현지시간)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직격’은 75년 미·이스라엘 관계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슈머는 연방 하원의원 9선, 연방 상원의원 5선을 한 원로 정치인이자 집권 민주당의 최고위 인사다. 그런 인물이 중동 지역 맹방의 총리를 “평화의 장애물”로 지목하며 선거를 통한 교체를 주장했다. 내정 간섭도 이런 내정 간섭이 없다. 게다가 슈머 원내대표는 유대계다. 미국 유대인의 20% 이상이 거주하는 뉴욕주를 대표하는 슈머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군사지원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그의 ‘폭탄 발언’에는 네타냐후에 대한 깊은 좌절감과 불만이 배어 있다. 네타냐후는 급증하는 민간인 피해로 세계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는데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극우 극단주의자와 연합해 가자지구에 대한 잔인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3만1000여명이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 전쟁 여파로 미국 내에서 뚜렷이 증가하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경각심도 작용했다.

슈머와 조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공격을 제어하지 못한 정치적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대선을 8개월 앞둔 지금, 아랍계 주민들의 바이든 지지도는 급락하고 있다. 특히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주 중 미시간, 애리조나, 조지아주 등에 아랍계는 각각 6만~28만명이 거주한다. 그래서 “바이든이 네타냐후를 잘라내는 정치적 절단 수술을 집도 중”이라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막강한’유대계의 눈치를 보다 적기를 놓친 바이든의 곤경은 개인 차원을 넘은 ‘진실’을 드러낸다. 미국의 이번 전쟁 대응은 모순되기 이를 데 없다. 개전 이후 이스라엘에 수십억 달러어치 첨단 정밀무기를 원조하면서 동시에 가자 주민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려 애쓰는 기괴한 모습. 인권과 국제법을 강조해온 미국의 위선과 이중성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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