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도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생성형 AI는 다국어 예약상담 등 고객맞춤 서비스뿐만 아니라 항공기 유지·보수, 조종사 훈련, 기내식 반입 등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LM 네덜란드 항공은 최근 기내 음식물 쓰레기를 감소시키는 AI 모델 ‘트레이스(TRAYS)’를 도입했다고 12일 밝혔다. 트레이스는 네덜란드 AI 개발 기업 킥스타트AI가 구축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항공편의 비즈니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등 클래스별 승객수를 예측해 기내식 제공 시스템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트레이스는 출발 17일 전부터 이륙 20분 전까지 승객수를 지속 분석하고 예측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높은 정확도로 승객 수를 도출, 기내식이 과도하게 기내에 공급되는 것을 방지한다.
KLM 측은 3개월간 트레이스를 이용한 결과 기존 예약 승객수에 맞춰 기내식을 준비하던 것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양을 63%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네덜란드 스키폴 출발 KLM 대륙 간 노선에서 항공 편당 기내식 약 2.5개(약 1.3㎏)를 절약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11만1000㎏에 해당하는 수치다.
마르얀 린텔 KLM 네덜란드항공 대표는 “AI 기술은 항공 운항 향상, 지속 가능한 비행 환경 조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트레이스 도입은 매년 낭비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만 배 줄일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소개했다. KLM은 항공기 유지보수, 운항 스케줄 조정을 위한 날씨 예측, 개별 고객 맞춤형 여행 정보 제공 등에서 AI를 활용 중이다.
항공업계는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항공사 에어인디아는 자사 챗봇인 ‘AI지’에 챗GPT를 연동해 수화물 허용 한도 등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몇 초 안에 답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티하드 항공은 AI 채팅 애플리케이션 ‘보팀’을 통해 고객이 편리하게 항공편을 예약할 수 돕고 있다.
투자도 활발하다. 제트블루는 AI 스타트업인 NLX에 1200만 달러(157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다양한 음성, 채팅 등 다중 채널을 통해 항공편 일정 변경, 직원 일정 업데이트, 휠체어 요청 등을 할 수 있는 대화용 AI 기술을 만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AI 챗봇 서비스 ‘대한이’를 통해 항공권 예매, 예약 확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AI 챗봇 ‘아론’을 통해 실시간 문의, 예약 발권이 가능하다.
앞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항공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의 인터뷰에서 “AI는 공항과 기내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언어장벽이나 복잡한 절차 등에 AI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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