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물가 상황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국내 기업들이 1년에 두 차례가량 가격을 올려 비용 상승에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 폭을 키우는 대신 인상 횟수를 늘린 것인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1일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기업의 가격조정빈도(해당 기간 기업이 인상 또는 인하를 단행한 횟수 비율, 할인 등 일시조정 제외)를 조사해 물가상승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1년 국내 기업의 가격조정 빈도는 월평균 11.0%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2023년 15.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평균 상품가격 유지 기간은 코로나 이전엔 약 9.1개월이었지만 이후엔 6.4개월로 단축됐다. 팬데믹 이후 기업이 1년에 두 번꼴로 가격을 조정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라면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가격 인상이 한 번에 그쳤지만,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엔 가격이 3번이나 올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재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가격 조정 빈도가 늘어난 것 대부분이 인상 빈도가 늘어난 데 기인했다. 인하 빈도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상 빈도가 많이 늘어난 생필품은 주로 조미료와 식용유지, 축산·수산물 가공품 등 수입 원재료 비중이 커 2022년 이후 비용 압력을 많이 받은 품목들이었다. 다만 한 번 올릴 때 인상률은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로 팬데믹 종료 전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생필품 가격이 한꺼번에 많이 오를 경우 소비자 저항, 민감도가 큰 만큼 기업들이 가격을 한 번에 큰 폭으로 올리는 대신 자주 올리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한편 2022년 이후 고물가 시기가 이어지면서 할인 등 일시적 가격조정이 많아져 판매처에 따른 가격 편차는 커졌다. 기업들이 고물가에 대응해 가격을 높여놓고 재고 상황이나 수요 변화 등에 대해서는 할인과 같은 이벤트를 활용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물가상승률을 더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장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3%를 소폭 상회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아직 돌아가고 있지 않다”면서 “유가 급등 등 새로운 충격 발생 시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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