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사진) 중국 외교부장이 7일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은 안 된다며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이 아니라 북한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과 한국에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겸하는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교분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는 수년간 끌어온 현안이라며 “냉전의 잔재가 여전하고 평화체제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안전보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법은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진(雙軌倂進·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 구상과 단계적 동시 진행(북한 조치에 발맞춰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도 바라지 않는다”며 “세상이 매우 혼란스러운데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냉전 대립으로 역주행하면 누구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고 지역의 평화안정을 파괴하려는 자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왕 부장은 “근본 해법은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고 모든 당사국, 특히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결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으로 일부 개선됐다면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인식이 계속되고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을 억압하는 수단은 계속 새로워지고 일방적인 제재 목록은 확장되고 있다”며 “미국이 가치사슬의 상단을 독점하기를 고집하고 중국은 아래에만 머물게 한다면 공평한 경쟁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만 문제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왕 부장은 “대만 지역 선거는 중국의 지방선거일 뿐 선거 결과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 사실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며 “대만이 조국에서 분리되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선 “일부 역외 국가가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남중국해의 방해자와 소동꾼이 되지 말 것을 권고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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