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하거나 마르거나, 식욕부진 원인 달라요”

[진료실 칼럼: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 어떻게? ③]
글·김의정 평택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선생님, 우리 도연이는 왜 이렇게 밥 먹이기가 힘들까요? 유치원 가면 또래보다 너무 마른 거 같아 걱정이에요!” 오랜만에 내원한 도연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진료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합니다. 도연이는 밥 먹기를 정말 싫어하는 아이거든요. “원장님, 옆 집 병욱이는 한약 먹고 밥을 너무 잘 먹는대요. 도연이도 잘 먹게 될까요?” 도연이 어머니의 애틋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것’이 때론 어떤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런 아이 식욕부진과 관련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바로 아이마다 타고난 ‘그릇’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비수(肥瘦)’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판단하기도 하는데요. 즉 마른 사람과 통통한 사람이라는 체형을 통해 분류합니다. 아이들도 이러한 비수의 체형과 체질에 따라 식욕부진의 원인과 그에 따른 해결책이 달라지죠. 안 먹는다고 ‘다 똑같은 이유로 안 먹는 것이 아니다’라고나 할까요?

◇마른 아이(瘦)… 밥 먹는 것을 ‘즐거운 일’로 만들어줘야

먼저 도연이처럼 마른 아이는 뱃골이 작고 소화기능이 미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비수(肥瘦) 중 ‘수(瘦)’에 해당되는 아이들인데요. 먹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고 음식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등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편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냄새에는 어찌나 민감한지 조금만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입에서 물고만 있기 쉬운 아이들이죠. 이런 체형의 아이들은 기능적으로도 비위가 약하기 쉽고 위장도 예민한 경우가 많아 밥을 먹었을 때 조금이라도 속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으면 오히려 더 먹지 않으려 한답니다.

이처럼 음식에 관심도 적고 기능도 약한 아이들은 억지로 밥을 많이 먹이려 하면 안 될뿐더러 먹는 일로 스트레스를 준다거나 강요를 해서는 안 됩니다. 매 끼니때마다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양만 먹도록 해주고 정해진 양을 다 먹으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다음 끼니 때 아이가 또 칭찬이나 상을 받고 싶도록 동기부여를 해줘 ‘밥 먹는 것이 즐거운 일’로 느껴져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죠. 지금 당장 밥을 한두 숟가락 더 먹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적정체중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식욕’보다는 ‘체중’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되는 아이들이랍니다. 여기에 소화기능을 보강하고 적정 체중을 위한 장의 흡수력을 개선해 체중을 효과적으로 늘려가는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통통한 체형(肥)… 식욕에 지장을 주는 원인 찾아야

이번엔 통통하고 체중이 비교적 좋은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비수(肥瘦) 중 ‘비(肥)’에 해당하는 경우이며 원래 잘 먹던 아이가 몸에 다른 불편한 증상이 있거나 식습관의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밥 생각이 없어진 것이랍니다. 다만 불편한 것이 제때 해결되지 못한다면 식욕저하가 반복되거나 길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안 먹는 아이’로 둔갑해 버리곤 하죠. 어른들도 감기가 있거나 속이 더부룩하면 밥 생각이 없어지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이처럼 ‘밥 생각이 나지 않게 하는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바로 통통한 체형의 아이들입니다.

식욕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신체적인 문제들로는 아이가 감기를 너무 자주 걸린다든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소화불량이 자주 반복되거나, 한번 생긴 체기가 오래 길어지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이런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신체적인 문제만 잘 치료해준다면 상대적으로 마른 아이에 비해 식욕이 빨리 돌아온답니다. 다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감기 등의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라면 잔병치레를 줄이는 면역력 강화가 우선돼야 식욕 개선에 도움이 되고 군것질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해 마른 아이들처럼 소화기능이 약해졌다면 소화기능을 강화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개별적인 문제는 다 다르지만 해결책은 식욕부진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포인트가 되는 아이들이 바로 비수(肥瘦) 중 비(肥)에 해당되는 아이들입니다.

아직 작기만 한 아이들이지만 각각의 환경, 타고난 체질이 있다고 하니 안 먹는다고 무조건 똑같이 생각할 일만은 아니라는 거, 이제 아시겠죠? 우리 아이들이 왜 자꾸 밥을 멀리하는지 잘 생각해보시고 원인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찾으셔야 합니다. 물론 아이의 체질 개선과 면역력까지 생각하는 소아전문 한의원에서 그 방법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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