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는 무게에 민감하다. 비행기 연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통 실제 필요한 양보다 1% 정도 더 많은 연료를 싣고 비행하는데, 무게에 따라 연료 소모가 달라진다. 승객과 짐의 무게를 정확히 파악하면 추가로 소모되는 연료량을 줄일 수 있다. 항공사들은 성인 남성의 몸무게를 76kg 정도로 자동 계산하는 데 이를 지나치게 초과할 경우 연료 계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탑승객의 몸무게를 재고, 체중에 따라 요금을 받는 항공사가 실제로 있다.
남태평양 지역을 오가는 사모아 항공은 2013년 4월부터 항공요금을 좌석 기준이 아닌 ㎏당 요금으로 책정했다. 국제선 항공요금은 단거리 ㎏당 1탈러(약 480원), 장거리 ㎏당 약 3.8탈러다. 인구 75%가 비만인 미국령 섬나라 사모아는 항공사의 극단적인 처방 이후 다이어트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하와이안항공도 사모아를 운행하는 일부 노선에 한해 승객이 스스로 좌석을 정하지 못하도록 한다. 대신 탑승 전 잰 몸무게를 기준으로 좌석을 배정한다. 기내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승객의 몸무게를 재는 항공사가 점점 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에어웨이즈항공, 핀란드 핀에어항공, 카타르항공, 뉴질랜드항공 등이다. 마침내 국내 항공사에도 몸무게 측정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승객 표준 중량 실측’을 실시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31일까지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승객을 대상으로 체중을 측정하고 있다. 다만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 기준’에 따른 것이다. 표준 중량은 항공기 무게를 배분해 균형을 유지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요금부과 전 단계 조치가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우리도 언젠가 과체중 승객에 추가요금을 내라고 할 날이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절하거나 요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항공사들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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