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방안이 5일 발표됐다.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면에 내세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한방’이 안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우선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현재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을 밝힌 상태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인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인가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위는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 등에 대한 신규 인가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인가 방침을 밝힌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상시 신청을 받아 요건만 맞으면 은행업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은행권 과점 체제가 얼마나 흔들릴지는 미지수다. 일단 대구은행 외에 신규 경쟁자로 꼽히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현재 지방은행 중 시중은행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대구은행이 유일하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비금융주력자 지분 보유 한도(4%이내) 기준에 미달한다.
대구은행이 경쟁 촉진자로 떠오르기도 쉽지 않다. 시중은행과 대구은행 간 체급 차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권 1위인 KB국민은행의 1분기 원화 대출금 잔액은 326조6772억원인데, 대구은행은 50조5168억원에 불과하다.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43조3361억원)보다는 많지만 시중은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202개로 국민은행(856개)의 4분의 1도 안 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은행권 TF가 예상했던 수준의 결과를 내는 데 그쳤다는 말이 나온다. 논의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이 터졌고, 금융 안정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논의 초반 핵심 안건으로 주목받았던 특화전문은행 도입이나 비은행권 지급 결제 업무 허용 등은 결국 유보됐다.
다만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인프라 구축은 성과로 꼽힌다. 최근 한 달간 이 인프라를 통해 모두 2만6883건, 6684억원의 대출이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기존 신규취급액 기준에서 잔액 기준으로 확대되고, 전세대출금리도 비교공시 항목에 추가돼 소비자의 알 권리도 강화됐다. 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변동성 작은 코픽스와 연동된 신용대출 상품도 하반기에 출시될 전망이다.
이밖에 은행의 자본 확충·충당금 적립 제도를 정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은행 수익 형성·배분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한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금융혁신 노력, 은행업 경쟁 촉진 방안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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