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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글의 아이들

태원준 논설위원


이스라엘 청년 요시 긴스버그는 1981년 남미 배낭여행에서 만난 세 친구와 아마존에 들어갔다. 정글 깊숙한 곳의 고대 원주민 마을에 금을 캐러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을 낭만적인 탐험쯤으로 여겼는데, 착각이었다. 뗏목을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하다 급류에 휘말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일행과 떨어져 홀로 정글에 남겨져 있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밀림에서 식량도 장비도 없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늪에 두 번이나 빠졌고, 닷새를 내리 굶기도 했으며, 두 발은 곰팡이가 피어올라 썩어 들어갔다.

그렇게 20일을 버틴 끝에 구조된 그는 자신의 생존기를 담은 책 ‘정글’을 썼다. 훗날 영화로 제작된 이 책에 이렇게 적었다. “정글은 오만한 침입자였던 나를 죽음의 문턱에 내몰았지만,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나에게는 쉴 곳과 먹을 것을 주었다.” 탐험이나 낭만 같은 문명의 사고를 버리고 오직 생존만을 갈구하자 나무 등걸의 잠자리와 배를 채울 애벌레 같은 것이 눈에 보이더란 말이었다.

며칠 전 아마존에서 구조된 콜롬비아 원주민 후이토토족의 네 아이는 긴스버그의 두 배인 40일을 버텼다. 열세 살 언니가 세 동생을 정글의 온갖 위험에서 지켜냈다. 나뭇가지를 엮어 거처를 만들고, 바카바 야자수(아보카도 같은 열매가 맺힌다)를 찾아내 먹을 것을 확보했다. 웅덩이의 물에 어떤 나뭇잎을 담그면 마실 수 있게 정화되는지 아이는 알고 있었다. ‘우유 나무’라 불리는 아비추어의 열매는 씨를 껌처럼 씹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입에 넣고 허기를 달래기 좋다는 것도(실제 구조 당시 한 아이가 이 씨를 입에 물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정글 생존법을 배운다는 이 부족 아이들이 정글에 갇힌 것은 경비행기 추락사고 때문인데, 그 비행기에 탄 것 역시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었다. 후이토토족 아이들을 소년병으로 끌고 가는 반군 무장단체를 피해 탈출하는 길에 사고를 당한 거였다고 한다. 독사가 사는 정글과 사람이 사는 세상. 이 아이들에겐 어느 쪽이 더 위험했을까.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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