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단체들이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오는 3일 전초전 성격의 부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한의사 단체도 “의사들의 파업 공백을 메우겠다”며 참전 뜻을 밝히면서 간호법 논란이 양방·한방 간의 해묵은 갈등까지 다시 불붙이는 양상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연대는 “3일 의협과 간무협을 중심으로 연가 투쟁에 돌입한다”고 1일 밝혔다. 전면 파업 대신 반나절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런 부분 파업의 여파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건의료연대 측은 총파업 불사 방침도 밝혔다. 의협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을 포함한 향후 단체 행동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과거 2020년 의협이 공공 의대 설립에 반발해 단독으로 진료 거부를 했을 때보다 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직역이 참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 현장 직역이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
의료 현장의 갈등이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간호사들 편으로 섰다. 한의협은 성명을 내고 “간호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며 “국민의 고통과 불편은 외면한 채 양의사단체 등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 현장에 매진해 의료공백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선우 한의협 의무이사는 간호법 지지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양의사들 위주로 짜여있는 현실에서, 간호법은 보건의료체계를 재정립하고 각 의료직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에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운운하는 행위도 의사 본인들의 이권에 따라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하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의사들이 휴일 진료까지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한의협이 간호법을 지지하고 나선 배경에 ‘한의사법’ 등 간호사법과 유사한 단독 법안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김경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한의협은 단독 한의사법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며 “특히 추후 간호법 개정을 통해 국민 건강과 관련한 ‘돌봄 사업’을 한의사들도 참여해 자신들의 의료 행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의협은 파업에 따른 공백을 한의사들이 메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부대변인은 “한의사가 의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운다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전체적인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법이 나왔는데도, 자신들의 직역에 관한 법을 만들겠다는 건 결국 자기들 밖에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권 이사는 “한의원들은 소아나 노인 진료를 포함해서 1차 진료에 상당한 강점이 있다”며 “이러한 점을 활용해서 의료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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