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 1위 아산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 첫 경기를 잡아내며 ‘왕조’ 재건에 다가섰다.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관록이 돋보였지만 맞수 부산 BNK 또한 만만치 않은 뒷심을 자랑하며 남은 시리즈를 기대케 했다.
우리은행은 19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부산 BNK를 62대 56으로 꺾었다. 정규시즌에서 BNK에 5승 1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우리은행은 이로써 5전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승 무패로 한발 앞서나갔다.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인천 신한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을 시리즈 전적 2대 0으로 완파한 양 팀 답게 이날 경기도 팽팽한 공방전으로 전개됐다. 먼저 앞서나간 쪽은 우리은행이었다. BNK의 파상공세에 흔들린 것도 잠시, 넘치는 의욕을 역이용해 상대 핵심 진안과 이소희에게 1쿼터부터 각각 3개, 2개의 파울을 안겨 줬다.
그 영향은 2쿼터 들어 여실히 드러났다. 파울에 발이 묶인 진안이 주춤대는 사이 관록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의 ‘언니’들이 폭발했다. 김단비는 외곽과 골밑을 가리지 않고 전반에만 18점(총23점)을 몰아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정은은 적재적소에 3점슛을 성공시켰고, 박혜진도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런데 후반 들어 판도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김단비를 비롯한 우리은행 선수들이 난조에 빠진 틈을 타 BNK가 맹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진안과 김한별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줬고, 이소희는 외곽 3점포로 화력을 더했다. 3쿼터 중반 20점까지 벌어졌던 양 팀의 격차는 4쿼터 한때 단 3점까지 줄어들었다.
승부는 결국 수비에서 갈렸다. 4쿼터를 6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BNK 진안이 개인 4반칙째를 저지르며 파울 트러블에 걸렸고, 우리은행은 이후 자유투 4개를 성공시켰다. 우리은행에선 이날 총 13개의 리바운드를 올린 박지현이 돋보였다. 4쿼터에만 리바운드 4개를 추가한 그는 BNK의 기세에 밀리는 듯하던 팀 선배들을 독려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앞서 열린 30차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가져간 팀이 우승한 비율은 70%였다.
위성우 감독 개인에게도 뜻깊은 승리였다. 감독 통산 챔피언결정전 16승째를 올린 그는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과 이 부문 1위 타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위 감독의 얼굴에선 좀처럼 기쁨이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에만 경기를 한 것 같다”며 후반 들어 헐거워진 경기력을 질책했다.
반면 이날 패배로 수세에 몰린 박정은 감독의 어조는 밝았다. 박 감독은 “진안이 많이 달려 줘야 했는데 (파울 탓에) 위축되다 보니 공격이 한정됐다”면서도 “다음을 준비하고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아산=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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