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발전으로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넘어 2034년 국내 전력계통의 목표 발전설비 용량인 125.1GW를 충족하는 데 있어 태양광발전 약 45.6GW와 풍력발전 약 24.9GW를 포함하도록 재생에너지를 꾸준히 확충해 오고 있다. 특히 기상 조건이 양호한 날의 경우 태양광만으로도 발전출력이 이미 15GW 이상을 초과한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른 발전출력의 변동성이 심하고 핵심 부품인 태양광 패널이 예민한 반도체 소자로 구성돼 있어 전력망의 각종 고장 상황에 전기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전력망에서 탈락해 정지될 수 있는 단점이 상존한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앞서 추진된 미국 텍사스의 경우 2022년 6월 송전선로 고장으로 1.7GW의 태양광발전이 정지하면서 정전이 발생해 감독기구에서 태양광 인버터 성능개선 조치를 요청했다. 독일도 2012~2014년에 1억7000만 유로를 투자해 31만5000개의 태양광 인버터 성능개선을 시행했다. 이처럼 해외 선진국들은 태양광발전의 갑작스러운 정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태양광 발전원 정지 문제는 국내 전력망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20년 3월에는 신보령 화력발전기 고장에 따른 계통주파수 하락으로 태양광 발전원이 약 450MW 정지된 것으로 보고됐다. 2021년 8월 제주에서는 크레인 접촉으로 발생한 송전선로 탈락으로 약 140MW 태양광 발전원이 연쇄 정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22년 12월엔 345kV 변전소의 차단기 고장으로 나타난 계통전압 하락으로 300~400MW 태양광 발전원이 정지됐다. 우리나라도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계획대로 확대되면 전력망 고장에 따른 재생발전원의 연쇄적 정지 문제가 충분히 광역 정전으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와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연쇄적 정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기존 인버터 설비의 성능 강화와 관련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서고 있어 긍정적 결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국내 전력망 수용률이 상당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현시점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정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발전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사업성 저하가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전력망 안정화를 통한 재생에너지 사업성 개선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성능 강화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이를 합리적으로 유도하고 효율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원이 국내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확충될 수 있도록 대비해 아직도 높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경수 전북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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