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승용 미니밴(CDV)의 반등이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안에서 숙박하며 여행(차박)하는 이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기아 카니발은 이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가운데 현대자동차 그랜저(8만7985대)에 이어 두 번째(7만3540대)로 많이 팔렸다. 지난달 27일 ‘더 2022 카니발’ 7인승 아웃도어 모델을, 이틀 뒤인 29일에 카니발 9인승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노블클라쎄 카니발 L9을 시승했다.
카니발은 일단 덩치가 크다. 좁은 골목을 지날 때면 전혀 위험하지 않은 순간에도 동승자가 문고리를 잡고 조심하라고 외쳤다. 큰 차량이 익숙하지 않다면 운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큰 차이는 없었다. 차량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360도 서라운드뷰와 반자율주행 기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좌석은 총 3열로 구성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2열에 먼저 앉았다. 새들 브라운 색상의 고급 나파가죽 시트에 앉자 우등 고속버스를 탄 것 같았다. 2열 좌석을 앞좌석에 닿을 때까지 바짝 당겨놓고 3열로 옮겼다. 다리가 짧은 편이 아닌데도 쭉 뻗었을 때 2열 좌석에 닿지 않았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모델은 9인승이지만 좌석 수가 적은 7인승이 더 여유로워 보였다. 3열 좌석을 접어서 바닥에 넣으면 트렁크 공간이 광활해진다. 소파나 책장처럼 부피가 큰 물품을 옮기거나, 짐이 많지 않은 원룸 생활자라면 이사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바닥에 누웠다. 에어매트를 깔지 않아도 평평했다. 성인 2명에 아이 1명 정도 누울 수 있다. 몸을 일으켜 세워도 머리 쪽 공간(헤드룸)이 여유롭다. 선루프를 열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원하게 펼쳐진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다양한 수납공간, 충전용 USB 단자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서울 마포에서 인천까지 왕복 약 100㎞를 주행했다. 덩치가 커서 무거울 것 같았는데 가속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는 36.2㎏·m의 성능을 갖췄다. 풍절음(차체를 스치는 바람소리)도 거슬리지 않았다. 3열에 앉은 동승자와 대화할 때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됐다. 다만 주행감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 아닌 만큼 운전모드에 따른 성능 차이가 크진 않았다. 가솔린 3.5와 디젤 2.2 등 2개 모델이다. 각각 7, 9, 11인승이 있다. 가격은 316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틀 뒤 시승한 노블클라쎄 L9는 여기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서울 충정로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왕복 약 80㎞를 주행했는데 갈 때는 직접 운전했고 올 때는 2열 좌석에 앉았다. 손이 닿는 곳마다 덧댄 나파가죽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1열 뒤쪽 지붕 중앙에 장착한 21.5인치 디스플레이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볼 수 있다. 지붕에 있는 순정 조명 주변으로 밤하늘의 별처럼 은은한 조명을 더했다. 컵홀더는 냉장과 온장 기능을 갖췄고, 따로 미니냉장고도 마련했다.
버튼을 누르자 발받침(풋 레스트)이 올라와 편안한 자세로 다리 쭉 뻗고 누워갈 수 있었다. 카니발이 우등 고속버스 같은 편안함이라면 노블클라쎄 L9은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였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던데, 카니발 본연의 매력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편의성을 높이려고 애 쓴 느낌이었다. 다만 무게가 증가해서 그런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속도는 조금 떨어졌다. 9990만원부터 시작한다.
글·사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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