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나라의 경기가 악화하면 통화가치도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였던 스티븐 젠 유리즌 캐피털 대표는 2009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만큼은 미국 경제가 아주 좋을 때나 위기에 처할 때 모두 가치가 상승한다며 ‘달러의 미소(smile) 이론’을 설파했다. 미국 경제와 달러 가치가 각각 X와 Y축으로 된 그래프의 움직임이 사람이 미소지을 때 입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미국으로선 꽃놀이패인 셈이다.
미국 경제 침체 시에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쳐 위험회피 수단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왼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패닉 장세를 보인 2020년 3월 9~20일 달러 인덱스(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지표)가 8.3%나 오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경제가 약해질 때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라 달러 수요가 줄어 입의 밑부분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경기 악화의 터널 끝이 보이면 강한 달러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오른쪽 입꼬리를 타고 올라간다. 경제 성장 기대감과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따른 것이다.
달러 인덱스가 올해 초 대비 8% 넘게 오른 요즘은 그래프의 어느 부분에 해당할까. 미국 소비와 고용 회복 등으로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40여 년 만의 고물가를 막기 위한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왼쪽 입꼬리도 동시에 올라가는 것일 수도 있다. 복합위기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급락 중인 통화가치를 방어해야 하는 다른 나라 입장에선 달러의 미소가 악어의 눈물만큼이나 야속하다. 최근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도 위태로워지자 우리나라 외환 당국도 애가 탄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코로나 위기 타개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달러에만 기대려 하기보다 경제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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