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급 외야수들이 연달아 빅딜을 성사시키며 판을 키웠다. 팀 내 핵심 역할을 하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높은 몸값에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고 시장 분위기는 더욱 가열됐다. KBO 최초 비(非)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 다년 계약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전날 스토브리그 마지막 FA 선수로 남아있던 정훈이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3년 총 18억원에 계약하면서 한국프로야구 FA 시장이 막을 내렸다. 이번 FA 시장에선 총 14명이 자격을 얻었고, 해외파 양현종의 국내 복귀까지 이뤄지면서 15명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예상치 못한 흐름이었다. 애초 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나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각 구단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구단 관계자들은 FA 시장 개장 전만 해도 “적자가 너무 크다”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한화 이글스가 최재훈과 5년 54억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연달아 대형 계약이 터져 나왔다. 특히 ‘빅6’로 불린 대어급 외야수의 연쇄 이동이 판을 키웠다. LG 트윈스는 삼성 라이온즈 주장이었던 박해민을 4년 60억원에 영입했고, 박건우는 6년 100억원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나성범은 KIA 타이거즈로, 손아섭은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100억원 클럽’에도 5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기존 5명뿐이었던 클럽에 나성범 박건우 김재환 양현종 김현수가 100억원 이상으로 계약하며 추가됐다. 나성범은 이대호(4년 150억원)와 함께 역대 FA 최다 계약 총액을 기록했다.
빅네임의 계약도 연달아 이뤄졌다. 강민호는 삼성과 4년 36억원에, 황재균은 KT와 4년 총액 60억원에 계약하고 잔류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병호는 지난해 통합 우승팀 KT로 이적했다. 마지막 남은 정훈의 계약이 이뤄지자 계약 금액은 989억원에 달했다. 역대 사상 최고액이었던 2016년 766억200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한 구단은 KIA였다. NC의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파 양현종과는 103억원에 계약을 했다. LG도 만만치 않았다. LG는 박해민을 데려온 데 이어 내부 FA였던 김현수를 잡는 데 성공했다. 골든글러브 외야수 홍창기를 보유한 LG는 국가대표급 외야진을 구성했다. 나성범을 놓친 NC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NC는 박건우와 손아섭을 데려왔다. KT는 황재균과 장성우를 지키고, 박병호를 영입했다. SSG 랜더스는 프로야구사상 처음으로 비 FA 선수와 다년 계약을 했다. SSG는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과 5년 계약을 체결하는 데 180억원을 썼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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