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10회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 영화 시나리오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경호(사진) 작가는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영화에 담기 위해 10년간 노력해왔다. 그는 이번 공모전에 가족을 잃은 아픔을 담은 영화 시나리오 ‘실종’을 출품했다.
‘실종’은 갑자기 사라진 첫째 딸을 찾기 위해 평생을 보낸 엄마의 발자취를 둘째 딸 이영이 따라가는 내용이다. 엄마의 무관심 때문에 가출한 이영은 10년 뒤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돌아온다. 엄마의 다이어리를 보면서 지난 세월 엄마의 발자취를 따라 언니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이 작가가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다. 가족 드라마이지만 스릴러의 형식을 차용했다. 이 작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작품을 기획했다”며 “그들은 평생 가족을 찾아다니거나 유골이 발굴될 때마다 확인하러 다니곤 했다.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롯데 크리에이티브 수상작은 영화화되면 롯데에서 배급을 맡는다.
이 작가는 10년간 광주에서 독립영화를 만들며 활동해왔다.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주로 영화에 담았다. ‘실종’의 인물들도 가족을 잃은 약자의 모습을 모티브로 했다. 허지은 감독과 함께 여성인권 영화도 만들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한 작품 ‘신기록’은 2018년 청룡영화상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해미를 찾아서’는 ‘백델데이 2021 단편영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허지은 감독이 ‘미투 운동’을 공부하고 피해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작가는 “전에는 여성의 외모를 희화화해서 놀리는 개그를 보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했다”며 “이제는 그걸 보고 웃는다는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여성들이 어떤 성폭력 피해를 겪는지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써온 시나리오는 대부분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가는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압박이 분명히 있다”며 “자신이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각자 알게 되면 여성 혐오도 누그러들고 피해에 대한 공감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쓴 지 10년 만에 장편에 도전한 이 작가는 다소 쑥스러워했다. 작가로 활동한 기간은 10년이지만 그 시간의 4분의 3은 시나리오 강사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기 바빴다고 했다. 국문학을 전공해 독학으로 영화를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작가는 “영화는 관객들이 그 내용을 놓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계속 커진다”며 “어떤 주제를 다루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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