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레바논을 상대로 낙승을 거두며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A매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날 실점해 2차 예선 유일의 ‘무실점 팀’ 등극엔 실패했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진출엔 성공했다.
한국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서 레바논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5승 1무(승점 16) 22득점 1실점을 기록하며 조 1위를 유지했다.
이번 2차 예선에서 한국은 고전했다. 2019년 열린 북한 및 레바논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북한이 예선전을 포기한 뒤 북한전 전적이 모두 삭제된 게 전환점이었다. 이후 홈 3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한국은 월드컵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얼굴이 다수 등장한 건 큰 수확이다. 지난 9일 스리랑카전에선 K리그1 수원 삼성의 ‘영건’ 정상빈(19)이 골 맛을 봤고, 이날 레바논전에선 포항 스틸러스의 송민규(22)가 상대 측면을 부수며 동점골에 기여했다. 주축 선수와 신성들의 조직력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날 한국은 최후방까지 내려앉은 레바논 수비에 막혀 슈팅에 애를 먹었다. 레바논은 한 번의 공격을 골로 마무리 지었다. 전반 12분 김문환이 볼 처리에 실패한 게 화근이었다. 모하마드 하이다르가 올려준 볼이 이재성의 머리를 맞고 나오자 하산 사드가 터닝 슛으로 한국 골문을 꿰뚫었다. 하산 사드는 지난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11경기를 뛴 공격수다.
한국은 원터치 패스를 적극적으로 시도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전반 17분 정우영의 슈팅을 황의조가 페널티 박스에서 트래핑해 감각적으로 내준 패스를 이재성이 슈팅했지만 수비를 맞고 나왔다. 전반 25분 송민규의 패스를 손흥민이 침투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수비가 거둬냈다. 설상가상 선제골을 넣은 레바논은 한국 선수들과 부딪치면 그라운드에 드러누우며 시간을 끌었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동점골을 넣었다. 주인공은 지난 스리랑카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진 뒤 2경기 연속 기회를 잡은 송민규였다. 송민규는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올려준 볼에 머리를 댔고, 이 볼이 레바논 수비수 마헤르 사브라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을 출렁였다. 사브라의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송민규의 정확한 위치 선정이 돋보였다.
후반 교체카드도 성공했다. 이재성 대신 투입된 ‘벤투호의 황태자’ 남태희는 후반 21분 상대 지역 중앙을 빠르게 돌파한 손흥민의 패스를 이어받아 발재간으로 수비를 제쳤는데 상대 수비가 볼에 손을 대면서 PK가 선언됐다. 손흥민이 PK를 마무리하며 한국은 역전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득점 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쓰러진 옛 토트넘 홋스퍼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위해 손가락으로 에릭센의 토트넘 시절 등 번호인 ‘23’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벤투 감독은 이용 원두재 손준호 등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한국은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은 “1점 차 승리가 경기력을 다 반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좋은 경기였다”며 “남태희는 이번 소집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송민규는 처음 대표팀에 선발돼 다양한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는데도 템포에 잘 녹아들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최종예선 조 추첨은 다음 달 1일 진행된다. 팀당 10경기씩 치르는 최종예선은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펼쳐진다. 벤투 감독은 “팀을 맡은 뒤로 만들어가는 것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해온 것처럼 좋은 축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양=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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