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정치 행보 비판한 현직 검사 고언 새겨 들어야

현직 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실명으로 우려를 공개 표명했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지난 31일 검찰 내부망에 “전직 총장의 정치 활동은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썼다. 이어 “검사 윤석열이 검사직 수행을 통해 축적한 상징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갈수록 눈이 빨갛게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4·7 재보선 등과 관련해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윤 전 총장, 그를 끌어들이려는 정치권 및 일부 언론을 비판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검찰 조직을 위해 올곧은 검사가 진짜 할 말을 했다는 생각이다. 박 지청장이 현 정권의 검찰개혁 관련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을 지지해온 검사여서 그의 지적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윤 전 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 정치적 언행을 하고, 향후 정치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해도 검찰 내부에선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퇴임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가 정치 행보를 해도 후배 검사들은 모두 조용했다. 검찰의 수사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검찰 조직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토록 믿고 따랐던 검찰 수장이었기에 묵인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 지청장의 글은 의미가 가볍지 않다. 윤 전 총장은 누구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는 등 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설 때 국민이 그를 응원한 것도 그의 이런 신념을 믿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검찰주의자’인 윤 전 총장이 진정 검찰을 사랑한다면 박 지청장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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