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 가볼만한곳, 굽이굽이 어여쁜 다홍치마, 가을은 그렇게 간다

겨울을 향해 내닫고 있는 늦가을이다. 만추의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낭만 여행지로 충북 영동이 꼽힌다. 소백산맥에서 뻗은 크고 작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찬란하게 빛나는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천혜의 자연과 명소가 있어 가을의 끝자락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도마령(刀馬岺·해발 800m)이다. 상촌에서 용화로 이어지는 국가지원지방도 49호선 고갯길이다. ‘말을 키우던 마을’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던 고개’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영동에서 도마령을 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영동읍에서 무주 쪽으로 가다가 양강면을 지나 용화면을 거쳐 조동리로 가는 길이 있고, 4번 도로를 타고 추풍령·김천 쪽으로 가다가 49번 도로를 만나 무주·용화 방향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길을 선택하면 물한계곡으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길을 지나 굽이굽이 돌아 오르면 도마령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고갯길 오른쪽은 940m가 넘는 천만산이고 왼쪽은 각호산(1176m)이다. 천만산 아래는 천마령이, 각호산 아래는 민주지산(1241m)이 이어진다. 아주 오래전 그곳은 군대에 쓰일 말을 조련하던 터였다고 한다. 당시 말 1000마리를 키웠다고 해서 ‘천만산’ ‘천마령’이라고 불렸다. 각호산은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꾸불꾸불 돌아가는 길이 장관이다. S자, U자를 이루며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24굽이를 따라 진하게 물든 형형색색 단풍이 맑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만추의 절경을 펼쳐놓는다. 울긋불긋 만산홍엽(滿山紅葉) 물결이 한 폭의 산수화나 다름없다. 길은 불당골로 이어진다. 고개 아래 첫 마을이다. 그 아래가 상촌, 다음이 조동이다.


이곳을 지나 용화삼거리에서 용화양강로로 향하면 도마령 못지않은 사납고 가파른 고갯길을 만난다. 도덕재다. 도덕재를 지나 금강에 닿으면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강선대가 있다. 선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물 속에 소나무 우거진 석대가 솟아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선녀가 구름 타고 내려와 강에서 목욕했다. 용이 이를 훔쳐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자 놀란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고 용은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다.


구름다리를 건너 노송이 호위하듯 두르고 있는 육각형 정자가 있는 강선대에 서면 소나무 사이로 멀리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는 송호국민관광지가 눈에 들어온다. 100년 넘은 울창한 송림 사이로 늦가을 정취가 물씬 배어난다. 단풍은 끝났지만 강변 가득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물새 날아오르는 늦가을 정취가 운치를 더한다.


기암괴석과 암릉이 어우러져 ‘충북의 설악’으로 불리는 천태산(715m)이 가깝다. 등산로 초입에 천연기념물 223호 은행나무가 우뚝하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잎이 장관을 이룬다. 키 31.4m, 가슴높이 둘레 11.5m로 1000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승환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영동은 늦가을 정취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며 “국토 중심부에 자리해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뛰어나 하루 코스 여행지로 좋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의 도마령을 상촌에서 넘으려면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이 가깝다. 반대쪽 용화에서 접근한다면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나들목이 편하다.

영동은 천연재료들을 활용한 먹거리가 많다. 금강 상류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만든 어죽, 올갱이(다슬기)의 담백한 맛이 담긴 올갱이 국밥, 높은 산에서 채취해 부드럽고 향이 짙은 야생버섯과 산나물 등이다.

어죽은 민물고기를 장시간 우린 육수에 푹 삶은 생선살을 으깨고 수제비 칼국수 밥 등을 넣어 얼큰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빙어를 팬에 동그랗게 두르고 튀겨서 양념한 도리뱅뱅이 맛도 일품이다.

도마령 아래 민주지산자연휴양림은 숲속 통나무집과 작은 계곡, 정상까지 가장 짧은 거리의 민주지산 등산로 등이 있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영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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