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었다. 연말에는 미 대선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실적 개선주가 주목받으며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이 확정된 이후 첫 거래일인 9일 코스피지수는 1.27% 오른 2447.20에 마감해 종가 기준 연고점을 돌파했다. 2018년 6월 12일(2468.83) 이후 약 2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에는 2459.15까지 올라 석 달 만에(8월 13일 2458.17) 장중 연고점도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는 1.72% 상승한 851.2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시장의 예측대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하고,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2조 달러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을 약속한 만큼 이날도 2차전지·풍력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배터리 3형제’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1.94%, 6.81%, 10.95%로 상승폭이 컸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이날 시가총액 51조8148억원으로 약 3개월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50조3516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3위를 차지했다.
해외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가 2.12% 급등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6%, 홍콩 항셍지수는 1.14%, 올랐다. 영국 독일 프랑스 증시도 개장 초 1% 이상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가 상승 등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화 강세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화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5원 내린 1113.9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월 31일(1112.7원)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점이다. 이달 들어서만 21.2원 급락했다.
미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무리된 만큼 연말에 3분기 실적이 개선된 종목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251곳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6.5%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디스플레이, 증권, 호텔, 철강, 화학 등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곳이 많다.
일례로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이익이 1643억원을 기록하면서 7분기 만에 흑자 전환됐다. 하지만 실적이 발표된 22일 이후 주가는 미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6거래일간 11.6%가량 하락했다. 그러다가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이달 3일 3.48% 오른 데 이어 이날도 1.67% 상승 마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바이든 당선 이후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제재 완화도 기대하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 반등이 지속되면서 코스피, 코스닥 기업들이 양호한 3분기 실적을 기록 중”이라며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실적 전망이 가장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연말까지 실적 장세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증시에는 이제 2021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