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승자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쪽으로 기울게 된 데는 오랫동안 공화당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주의 변심이 결정적이었다.
5일(현지시간) 오전 8시 기준 폭스뉴스의 미 대선 개표 현황 지도에 따르면 애리조나에서 개표가 88% 이뤄진 가운데 바이든 후보는 50.5%를 득표해 48.1%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2.4%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폭스뉴스와 AP통신은 바이든을 애리조나의 승자로 지목했다.
바이든 후보가 11명 선거인단이 배정된 애리조나를 가져가면서 개표 결과 공개가 가장 늦을 것으로 전망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승자까지 확인하지 않고도 승부가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선에서 애리조나주의 변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대표해온 존 매케인이라는 공화당 정치인을 언급해야 한다. 매케인은 애리조나에서만 하원의원 재선, 상원의원 6선 등 총 35년간 정치활동을 했다. 미국의 전쟁 영웅인 그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 진출을 선언한 이후 공화당 내 온건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트럼프와 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서 생포됐던 매케인의 경력을 거론하며 “붙잡혔으니 전쟁 영웅도 아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부인 신디 매케인은 지난 8월 이례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남편과 당적을 초월한 우정을 나눴던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선거 직전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을 찍는 이유’라는 기고문도 보냈다. 매케인과 바이든의 특별한 우정이 애리조나의 막판 표심을 움직였다는 게 언론들의 평가다.
미 보수 진영에서 팟캐스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마크 R 레빈은 4일 애리조나 개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트위터에 “신디 매케인 축하한다. (당신 지지로) 우리는 애리조나라는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비난했다. 레빈의 글에는 2만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배신자” “지금 당장 공화당을 탈퇴하라” 등의 댓글을 통해 매케인 부인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럼프 개표 중단 요구하자 공화당 내부서도 반발
▶막강한 ‘샤이 트럼프’, 그러나 더 막강했던 ‘안티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복귀”
▶치유·통합 나선 바이든 “청색도 적색도 없다, 미국만 있을뿐”
▶靑 “굳건한 한·미동맹 바탕 평화프로세스 진전 노력”
▶바이든, 정권인수 시동… 트럼프는 소송전 돌입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