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구도 흔드는 ‘尹의 실체’… ‘자체발광’인가 ‘반사체’인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대 10%대 초반선을 오갔던 지지율이 10%대 후반까지 고공행진하고 있다. 어느새 20%대 초반 ‘박스권’에 갇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3강’ 반열에 올라섰다.

명시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3강’을 형성한 것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3일 여론조사기관 3곳(리얼미터·알앤써치·한국갤럽)이 지난 6월 이후 월 단위로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윤석열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여론 지형층이 포착됐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은 17.2%를 기록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 이 대표와 이 지사가 각각 21.5%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국정감사 이전인 지난 9월 실시된 같은 조사(10.5%)보다 6.7% 포인트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은 검찰 개혁 문제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면 충돌하며 급부상했다. 야권의 대표 주자 부재, 지난달 국감에서 보여준 답변 태도로 주목받으며 최근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공직자임에도 그를 야권 후보로 분류한 상태다.

다만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아직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10월 조사에서는 선호도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는 리얼미터나 알앤써치와 달리 후보 이름이 먼저 제시되지 않는 ‘주관식’ 방식이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이 대표나 이 지사의 경우 응답자 사이에 대권 후보라는 인식이 명확하지만 윤 총장은 출마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주관식 응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부 지지율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안철수 대표가 자리잡고 있는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의 8월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층의 윤 총장 지지율은 5.9%였다가 10월 조사에서는 28.0%로 치솟았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제3지대 개척에 대한 희망이 안 대표뿐 아니라 윤 총장에게도 투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알앤써치의 김미현 소장은 “국민의당 지지층은 윤 총장이 안 대표와 함께 제3지대에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총장이 보수 야당에 매몰되지 않고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된다면 이를 중심으로 민주당 이탈표가 일부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 진영 간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의 반발 등이 윤 총장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는 얘기다.


리얼미터·알앤써치·한국갤럽의 지지율을 종합해보면 윤 총장의 핵심 지지층은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요약된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윤 총장은 지표상으로 TK와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출마 선언은 물론이고 정계 진출 의사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는데도 범야권의 대표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2030세대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상승하는 흐름도 포착되고 있다. 리얼미터 9월 조사에서 30대의 윤 총장 지지율은 6.7%에 불과했는데 10월에는 15.4%로 8.7% 포인트 상승했다. 20대(18~29세)에서도 7.7% 포인트 상승했다. 알앤써치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8월 조사에서는 20대(18~29세)에서 지지율이 6.2%로 가장 낮았는데 10월 조사에서는 13.2%로 크게 올랐다. 2030세대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수사한다’는 강골 검사 이미지의 윤 총장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물론 현재 고공행진하고 있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추 장관과의 격한 갈등 구도에서 일시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일 뿐 주도적으로 정치적인 상황을 이끌고 나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윤 총장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싸움이 있을 때만 존재감이 드러나는 반사체에 가깝다”며 “지금 윤 총장의 높은 지지율은 추 장관과의 갈등 및 정권에 맞서면서 생긴 저항 이미지에서 기인했는데 갈등 국면이 소멸되면 윤 총장 지지율도 빠지기 쉽다”고 평가했다.

검찰에만 몸담았던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지금 같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려워 ‘제2의 반기문’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9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1위까지 올랐지만 제대로 기반을 닦지 못하고 각종 실책만 반복하다가 결국 중도 하차했다. 외교나 수사 등 특정 분야의 경험으로 인기를 쌓은 인사들이 대중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현우 김판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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