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외과 외래는 항문이 아파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심하게 아파서 의자에 앉기도 힘들어 하는 경우부터 아픈 것까지는 아니고 뭔가 묵직한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항문이 아픈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아주 심하게 욱신거리며 아플 때는 염증이 생겨 고름집이 많이 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항문 주변에 염증이 생겨서 붓고 아프게 되는 병을 항문주위농양이라고 한다. 이때는 얼른 병원을 찾아 환부를 째고 배농(고름을 배출)을 해줘야 한다. 항문 주위에 염증이 생기면 단 며칠 사이에 고름집이 커지며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심하게 곪고 열도 심해 고생할 수 있다. 심지어 고름이 직장 주위까지 번지기도 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닌데 뭔가 항문에 끼여 있는 듯한 불쾌감과 둔한 통증이 느껴지는 때는 치핵(痔核)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음주가 잦았다거나 심한 운동 또는 변비로 인해 항문부위 혈액순환이 나빠져 혈전(血栓)덩어리가 생기거나 항문점막 쿠션이 부어오르는 증상이 속칭 치질로 불리는 치핵이다. 이 경우 배변 후 잘 닦여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고 잔변감으로 불쾌한 기분도 얼마간 지속된다.
배변 시 칼에 베이는 듯 통증이 느껴지거나, 배변 때 통증은 없으나 비데 사용 시 찌릿하다면 치열이란 항문병이 의심된다. 휴지로 닦을 때 약간의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 치열은 특히 젊은 여성에게 빈발한다. 치열은 변이 단단하거나 너무 힘주어 배변할 경우, 또는 스트레스 등으로 항문 괄약근이 과도하게 긴장하며 좁아지는 경우에 잘 생긴다.
배변과 관계없이 회음부나 꼬리뼈 부근이 뻐근하게 아프고 계속 신경 쓰일 정도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고 여기저기서 치료를 해봐도 뚜렷한 질병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통증은 지속된다. 바로 ‘비특이성 항문통증’ 또는 ‘치골직장근 증후군’이라는 병증이다. 원인불명이라 그런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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