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흑인 로고로 들어간 브랜드를 없애거나 소수인종의 임원 비율을 높이는 등 인종차별적 관행에 대한 개선에 나섰다. 흑인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기업문화에 대한 반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시리얼·음료 회사인 퀘이커오츠 컴퍼니가 흑인 여성의 이미지를 로고로 쓰던 ‘앤트 제미마’ 브랜드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퀘이커는 팬케이크·시럽 브랜드인 앤트 제미마를 1889년부터 130여년간 가지고 있었다. 브랜드 로고인 중년의 흑인 여성은 ‘늙은 제미마 아줌마’라는 노래에 기원을 두고 있다. 제미마 아줌마는 180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흑인들의 공연 ‘민스트럴 쇼’에 등장한 유모 캐릭터다.
크리스틴 크뢰플 퀘이커 북미마케팅총괄은 브랜드를 없애는 이유에 대해 “앤트 제미마는 인종차별적 편견을 지닌 캐릭터”라면서 “수년간 브랜드를 진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흑인인 리체 리처드슨 코넬대 교수는 2015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앤트 제미마 로고는) 자신의 자녀는 소홀히 한 채 백인 주인들의 자녀를 열심히 양육하는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하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곡물 가공식품 브랜드 ‘엉클 벤스’를 소유한 기업 마스도 해당 브랜드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엉클 벤스는 1946년부터 나비넥타이를 맨 흑인 남성 노인의 이미지를 로고로 써왔다. 엉클 벤스라는 이름도 당시 텍사스 지역에서 쌀 농사를 짓던 흑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금은 엉클 벤스 브랜드를 진화시킬 때”라면서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브랜드 로고와 정체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변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유명 식품 기업인 코나그라도 동참했다. 이 회사의 시럽 브랜드인 ‘미시즈 버터워스’는 1960년대 초부터 여성의 실루엣을 한 투명한 용기를 쓰고 있는데 시럽을 채우면 갈색이 된다. 제품의 TV 광고에서 갈색 시럽병이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코나그라 관계자는 “우리의 행동이 인종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브랜드와 포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흑인 등 소수인종의 대표 및 임원 비율을 2025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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