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기 퇴직을 하게 된 B씨(55)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직장생활을 관둔 데다 마땅한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재산은 시가 9억원 정도인 아파트뿐이다. 앞으로 돈이 들어갈 곳이 적지 않은데 난감한 상황이다.
연령·주택 기준↓…가입문턱 낮아져
B씨 같은 경우, 주택연금 제도를 이용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생활비(연금)를 지원받는 제도다. 본인이 원하면 평생동안 자기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민간 금융사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일정 기간동안 나누어 지급하는 ‘역모기지론’과 유사하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평생 지급’과 ‘평생 거주’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민간 상품과 구별된다.
특히 지난해 말 제도가 바뀌면서 올 상반기 중 주택연금 가입 연령(55세)과 주택가격 기준(공시지가 9억원)이 낮아진다. 관련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예정대로 통과될 경우, 주택연금 가입 문턱이 한층 낮아지면서 B씨 같은 조기 퇴직자나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도 연금 이용이 한층 수월해진다. 일각에서는 ‘자식보다 효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취약 고령층 혜택↑, 배우자 자동승계
특히 취약 고령층의 지급액도 더 늘어난다. 1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 기초연금 수급자 우대율이 종전 13%에서 20%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1억1000만원짜리 주택의 경우, 바뀌는 가입조건에 따르면 75세 가입자의 월 수령액은 48만원으로 종전 45만5000원에서 2만5000원 늘어난다. 85세는 5만원이 더 많아진다. 지난달부터는 신규가입자부터 월지급금이 조정돼 수령액이 기존 대비 평균 1.5%(최대 4.7%) 증가했다.
가입자가 사망했을 경우, 이전까지는 자녀의 동의가 있어야 배우자가 연금을 승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우자가 자동 승계할 수 있다.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요건도 기존 아파트 위주에서 전세를 준 단독, 다가구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로 완화된다.
1억5000만원 미만 주택, 혜택↑
주택연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의 보금자리론 이용 후 60세 이후 시점에 주택연금으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연금지급 한도의 90%까지 일시 인출이 가능하다.
‘일반 주택연금’은 주택담보대출이 없거나, 대출금액이 연금지급한도의 50% 이내인 경우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대형 주택연금’은 1억5000만원 미만의 1주택 보유자가 가입하면 유리하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연금지급 유형은 2가지다. 월지급금이 매월 동일한 ‘정액형’이 있다. ‘전후후박형’은 가입 초기 10년간 많이 지급되다가 11년째부터 초반 지급금의 70%만 지급받는다.
“고령자, 신청 전 전화상담이 도움”
주택연금 신청 요령은 복잡하지 않다. 먼저 신청인이 주금공을 방문해 보증상담을 받고 보증신청을 한다. 이어 주금공은 신청인의 자격요건과 담보주택의 가격 평가 등을 심사한다. 적격 평가를 받으면 주금공은 금융기관에 보증서를 발급한다. 이어 신청자에게 주택연금대출이 실행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고령자나 가족의 경우, 신청하기 전에 전화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것도 신청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추천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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