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국적 항공사의 수난에도 관련주 주가는 훨훨 날고 있다. 한진그룹의 상속 이슈와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단타 매매를 노린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인 결과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을 발판 삼아 주가가 급등한 만큼 급락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까지 급증하고 있어 자칫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6일 코스피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16.07% 오른 8450원에 장을 마쳤다. 매각 소식이 발표된 15일 가격제한선인 7280원까지 급등한 주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감사의견 수정’ 사태로 지난달 27일 3420원까지 떨어진 걸 고려하면 3주 만에 주가가 배 이상 뛴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소식에 치솟기 시작했던 한진그룹 관련주도 ‘고공비행’ 중이다. 한진칼우선주의 주가는 지난 3일 1만6300원에서 16일 7만3000원까지 급등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다. 대한항공우선주도 같은 기간 1만3850원에서 4만4000원으로 올랐다. 이런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최장 기간인 약 35년 만에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248.63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그룹 관련주 급등에는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주는 일반적으로 배당에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되지만 의결권 등이 없어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은데, 현재 한진그룹 관련주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그룹 그늘을 벗어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공매도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칼의 경우 공매도 거래량이 지난 5일 1만9295주에서 조 회장 별세 소식이 전해진 8일 80만8621주로 40배 가량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0일 공매도 거래량은 1만3232주에 불과했지만 12일과 15일에는 각각 51만주, 29만주로 늘었다.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공매도가 늘고 주가가 떨어지면 개미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자 이들 종목에는 ‘투자주의보’가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투자 유의가 필요한 종목을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한진칼우선주는 각각 투자주의 종목,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하지만 주가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우선주는 투자경고 종목으로 예고가 됐는데도 이틀간 40% 이상 상승해 결국 16일 거래가 정지됐다.
금융투자업계도 시장 분위기가 과열됐다고 본다. 양대 항공사의 실질적인 펀더멘털 개선이나 관련 이슈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주가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주주가 교체되더라도 경영 정상화 등 펀더멘털 개선을 가늠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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