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말이다. 경제 발전과 함께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며 이러한 키워드가 주목받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평범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산업재해다. 이는 노동자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체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는 589명으로 2023년 598명보다 다소 줄었으나 뚜렷한 감소세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전체 사고사망자(589명)의 절반 이상인 57.6%(339명)는 안전·보건 관리를 위한 역량이 부족한 50인 미만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또한 보호구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추락·끼임·부딪힘 재해로 약 60%(343명)가 목숨을 잃었다. 대기업, 공공기관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사망 소식을 접하면 우리의 일터는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밸’을 논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금 자각하게 된다.
역대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 여러 대책을 시행했고 다소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청도역 코레일 열차사고, 아리셀 화재사고 같은 참사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산업재해 문제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병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으로부터 시작된다. 산업재해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맞춤형 대책을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산업재해가 반복 발생한 사업장을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무회의를 통해 해결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소규모 사업장 및 취약 노동자 집중 지원 등 그간 산업재해가 다발한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도 주목된다.
‘예방 한 온스가 치료 한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안전 확보를 위해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대책을 세우기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훨씬 값어치가 크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 역시 이러한 예방 철학이 밑바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대책도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현장의 작동성이 핵심이므로 관련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돼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김상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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