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동 칼럼] 검찰청 폐지의 본질

Է:2025-09-3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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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따라 흔들린 검찰 77년
독일 등에서 배우는 검찰 독립

시간 쫓긴 졸속 개악 부메랑
또 다른 괴물 낳을 수도
경찰 비대화는 새 혼란 예고

정권 따른 개혁 오래가지 못해
긴 안목으로 검찰개혁 이뤄야

우리보다 앞서 검찰 제도를 출범시킨 선진국들은 검찰을 최고 권력자의 직접 통제하에 두지 않는다. 철저히 독립성을 부여한다. 우리처럼 ‘어떻게 하면 권력의 통제하에 둘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최대한 힘을 뺄 수 있을까’에만 혈안이 된 나라는 없다. 선진국에서 검찰 조직에 대한 방점은 첫째도, 둘째도 독립성에 찍혀 있다.

현재와 같은 검찰 제도가 최초로 만들어진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혁명의 산물이다. 프랑스 법률 사전은 검사를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에서 공소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법관의 집합’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판사와 더불어 사법관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검찰청은 각 법원에 개별적으로 설치돼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법원이 관할하는 것으로 돼 있으면서도 법원으로부터도 독립돼 있다. 사법관에 대한 인사는 최고사법평의회에서 한다. 최고사법평의회는 사법관 7명, 외부위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은 외부위원 2명을 지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탈리아도 최고 권력자인 총리로부터 검찰 인사권이 철저히 독립돼 있다. 이런 신분보장이 있었기에 1992년 ‘마니폴리테(깨끗한 손)’ 운동이 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검찰 정치 도구화의 혹독한 역사를 경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종전 후 헌법을 개정해 사법권 보장을 위한 독립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했다. 검사의 인사를 독립시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다. 독일은 연방제 국가여서 검찰 역시 연방 검찰과 주 검찰로 이원화돼 있는데 연방 검찰총장과 연방 검사는 연방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연방 상원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최고 권력자인 연방 총리는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검찰은 어떤가. ‘살아 있는 권력’에는 충견처럼 복종하지만 ‘죽은 권력’은 사정없이 물어뜯는 하이에나에 비유되곤 했다. 검찰이 걸어온 77년의 역사에는 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정권마다 검찰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었고, 검찰은 이를 악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다 보니 검찰개혁의 화두는 독립성이 아니라 사유화나 무력화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조직을 사유화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대통령까지 배출했던 검찰은 이제 78년 만에 사라지게 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검찰은 간판을 내리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쪼개진다.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은 법무부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각각 설치된다. 현재 검찰청은 수사 기능이 사라진 채 공소청으로 바뀌고 새로 신설되는 중수청이 수사 기능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총론’ 격인 조직개편안만 확정됐을 뿐 향후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등 각론을 둘러싼 격론이 예고돼 있다.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을 유지하면서도 경찰 등 특정 수사기관의 비대화를 방지하고,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는 최소화하면서도 피해자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과제가 만만치 않다. 권력을 분산하는 장치만 있을 뿐 분산된 권력을 어떻게 견제하고 통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는 없다. 경찰 불송치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와 각 수사기관의 독립성, 국가수사본부의 경찰청으로부터의 독립 등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검찰 못지않은 거대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다. ‘간판 바꿔달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경찰에 대한 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다. 그러면 또 ‘경찰개혁’을 추진하려들 것이다. 검찰개혁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단시간적이고 강제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로지 국민 피해를 막고 형사사법 체계를 균형 있고 독립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검찰이 미우니 없애 버리겠다는 오만과 질시는 절대 금물이다. 시간에 쫓기는 듯한 우격다짐식 졸속 개혁은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사법개혁도 다르지 않다. 백년대계의 혜안이 절실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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