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이란 직업은 사라지겠다.’ 기자가 무인 편의점을 이용해본 첫 느낌이다. 무인이 유인에 비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반신반의 했었지만, 그 의구심은 이내 사라졌다.
지난 11일 밤 12시께, 이마트24 성수백영점을 찾았다. 이곳은 아직 완전한 무인편의점은 아니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사실상 ‘반 무인’이다. 현 무인편의점 중 상용화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입구에 이르자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해 주세요.’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도난 등의 사고 방지를 위한 신분 확인 조치다. 기자는 체크카드를 찍고 들어갔다. 점원의 인기척이 없다는 것 외에, 내부는 일반 편의점과 다르지 않았다. 점원의 ‘무언의 압박’이 없으니 평소 선택 장애가 있던 기자는 너무 편했다. 상품을 들었다 놨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물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기자는 도시락 등을 챙겨 이곳에서 아예 ‘혼밥’을 하기로 했다.
이곳의 핵심은 무인계산대다.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하는 방식이다. 처음 이곳 소식을 접했을 때, ‘계산 노동을 그저 손님에게 맡긴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직접 계산 해보니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왔다. 계산액도 정확히 알 수 있었고, 바코드를 찍는 의외의 재미도 느껴졌다. 과정도 어렵지 않았다.
짧은 체험을 해 본 결과, 무인편의점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람이 몰리는 주간은 몰라도 야간은 충분히 무인 운영이 가능해 보였다. 왜 아직까지 무인편의점 확산이 더딘지 의문이 들었다.
현재 전국의 이마트24 무인점포수는 완전 무인점포 16개, 하이브리드(유인+무인) 4곳, 자판기형 4곳 등 총 24곳이다. 한때 목표를 70개까지 잡기도 했었지만 아직 그 수준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인점포 확대가 어려운 것은 도난과 사고 우려가 아직 일반 점주에게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백영점은 본사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이다. 보안과 실시간 감시가 이뤄진다. 반면 일반 가맹 점주는 이렇게 하기 힘들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실제 무인편의점의 도난 발생률은 높지 않으나, 혹시 모를 사고가 한 번이라도 크게 발생할 경우 일반 점주들에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보안, 감시 등의 설비를 갖추는 것도 기존 편의점보다 어려워, 백영점 방식의 무인점포가 보편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 담배를 취급하기 어려운 것도 무인점포 확산의 걸림돌이다. 이를 위해선 대면 절차가 불가피한데 무인점포에선 어려운 일이다. 기존 점주들을 무인점포로 유인할 방법도 딱히 없는 셈이다. 신규로 무인점포를 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정부의 편의점 출점 규제가 강력한 상황에서 이마저도 어렵다.
고객이 바코드를 찍는 결제 시스템도 대중화가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대표적 무인매장 ‘아마존고’의 물건을 집어 그냥 집으로 가는 (Just Grab and Go) 기술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차차 결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아직 ‘한국형 무인편의점’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으로,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