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역효과’… 돌아오니 힘 못 쓰는 손·팀

부진의 사이클로 들어서는 전조일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가 2연패를 기록하며 우승컵 쟁탈전에서 뒤처졌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과 4경기 연속 골로 한껏 기세가 올랐던 손흥민은 함께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늘 시즌 막바지에 뒷심이 부족했던 토트넘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트넘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8-19시즌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유효슈팅 하나 만들지 못한 채 0대 2로 맥없이 졌다. 지난 23일 번리전에 이은 2경기 연속 패배다. 리그 3위(승점 60)는 유지했지만 선두를 달리는 리버풀 FC와 승점 차가 9점으로 벌어졌고, 4·5위인 아스널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격차 각각 4, 5점으로 줄었다. 우승 경쟁보다 4위권 싸움에 가까워진 것이다.

에이스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했는데도 좋지 않은 결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토트넘에 뼈아프다. 지난달 중순 왼 발목을 다쳤던 케인은 3월에나 복귀한다고 알려졌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케인은 복귀전인 번리와의 경기에서 골은 넣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고, 첼시를 상대로는 날카로운 움직임이 부족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날 “케인의 몸 상태가 부상 전만큼 좋지는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케인이 빠진 사이 물오른 득점 감각을 선보였던 손흥민은 침묵했다. 손흥민은 지난 두 경기 동안 슈팅 하나씩만 기록하며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영국의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또다시 보이지 않은 밤이었다. 최전방에서 싸웠지만 성과는 없었다”라는 박한 평가를 했다. 케인과 손흥민뿐 아니라 전반적인 선수단의 컨디션도 좋지 않다. 첼시전에서 나온 키에런 트리피어의 자책골 장면은 토트넘 선수들의 떨어진 집중력과 경기 감각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달리 팀 전체의 기복이 심한 원인으로는 얇은 선수층이 꼽힌다.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함께 노리는 경쟁 팀들에 비해 토트넘의 주전과 후보 간 격차는 크다. 그런데도 토트넘은 지난여름과 겨울 두 번의 이적 시장을 통해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케인을 비롯한 일부 핵심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 해설위원은 “케인이 돌아오니 패스나 득점 기회가 그에게 쏠리는 상황”이라며 “손흥민과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토트넘 특유의 뒷심 부족도 문제다. 토트넘은 지난 수년간 리그 후반기 추격과 역전을 허용하며 우승권의 끄트머리로 밀려나곤 했다. 2015-16시즌에는 마지막 경기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1대 5로 대패하며 준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고 3위로 미끄러진 적도 있다.

일격을 맞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오늘 패배로 더는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2위)와 경쟁할 수 없게 됐다”며 우승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인정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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