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후론’ 美 압박 부담… 北엔 서열 3위 보내 성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 열병식 참석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아왔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결국 방북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신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사진)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다.

중국중앙(CC)TV는 4일 리 상무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8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리잔수 동지가 주석 시진핑 동지의 특별대표로 8일부터 조선을 방문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 경축행사에 참가한다”고 보도했다. 리 상무위원장의 방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중국 인사로는 최고위급이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기로 한 것은 결국 미국 정부의 끊임없는 압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북 여부는 우리 정부는 물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방북 취소를 결정하면서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계속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더욱 꼬이는 분위기다.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현 상황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보란 듯 북한을 방문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9·9절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열병식 등 많은 행사를 준비했다”며 “군사무기를 대거 선보이는 북한 행사에 시 주석이 참석한다면 이는 중국이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해보자는 뜻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의 방북을 발표할 경우 정상회의 자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점 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 정부의 관례상 국가주석 방북 불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는 국가주석의 해외 방문은 7일 전, 상무위원급의 해외 방문은 5일 전에 발표한다. 지난 2일 시 주석의 방북 발표가 없었던 만큼 이번에는 상무위원급에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다만 시 주석이 9·9절을 피해 10월 이후 방북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각에선 서열 5위인 왕후닝 상무위원이 갈 것이라는 설도 나돌았지만 중국 측은 이보다 급이 높은 리 상무위원장을 보내는 선에서 성의를 표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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