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잠복기 넘긴 환자 속출… ‘최장 14일’도 빗나가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잠복기를 두고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의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넘겨 확진되는 감염자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추가 확진자 4명 가운데 154번(52) 환자가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감염됐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간 응급실에 체류했던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35)로부터 3차 감염됐다는 설명이다.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문 마지막 날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여기에 최장 잠복기 14일을 더한 지난 12일 이후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돼 증상이 발현된 환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지난 15일 확진된 154번 환자(52)는 잠복기가 17∼18일이나 됐다. 이 환자의 증상 발현 시점은 지난 13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지난달 27∼28일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장 잠복기라던 14일을 훌쩍 넘긴 것이다.

하루 앞서 확진된 146번 환자(55)의 메르스 증상 발현 시점도 지난 13일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시점 역시 지난달 27일로 비슷하다. 따라서 146번 환자는 감염 이후 17일간 증상 없이 잠복기에 있었던 셈이다. 다만 메르스 환자였던 70대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던 터라 가족 간 감염이나 병원 내 4차 감염도 배제할 수 없어 잠복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의 최대 잠복기 14일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 권준욱 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154번 환자의 경우 지난 13일 이전에 컨디션이 좋았다, 안 좋았다 했다고 기록돼 있다”며 “본인이 확실하게 이상을 느낀 13일 이전에 이미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최장 잠복기(14일)를 더 늘려 대응하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 반장은 “최장 잠복기 14일은 평균적 분포를 모두 고려해 설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메르스 잠복기가 더 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려대 약대 송대섭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잠복기는 실험으로 확인된 게 아니고 중동지역 환자들의 임상 양상을 기반으로 WHO가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감염병 학술지 ‘임상감염병리학(CID)’에 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길게는 6주(42일)나 된다는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메르스 증상 발현 시점을 환자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감염원 노출 시점 또한 잘못 인지할 수 있어 잠복기에 대한 예외적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에 그친다면 현재 WHO 지침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하지만 “만약 예외적 사례의 빈도가 잦아지고 전혀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길게 잠복기를 넘어가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그땐 방역 가이드라인 자체를 모두 바꿔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WHO와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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