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大選’ 혼돈의 그리스… 불안한 유로존

유럽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다시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안에 구제금융 체제에서 조기 졸업하려던 계획이 미뤄져 여론이 악화되자 연립정부가 갑자기 ‘조기 대선’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에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위기로 치닫는 모습이다.

AP통신은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9일(현지시간) 조기 대선을 선언한 뒤 대통령 후보로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무장관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현 연립정부는 올해 말 구제금융을 졸업하면 이를 성과로 내세워 내년 2월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제금융 졸업이 연기되면서 대선을 앞당겼다.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불안 요소를 없애고, 내년 2월 에는 반드시 구제금융을 벗어나겠다는 공약으로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누른다는 전략에서다. 시리자는 구제금융 조건에 반대하고 있고 긴축재정에도 부정적 입장이다.

그리스는 2010년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중앙은행(ECB), EU 등으로부터 2400억 유로(약 327조9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2016년 3월 구제금융을 졸업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올해 국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하자 사마라스 총리가 올해 안에 구제금융을 졸업하겠다고 지난 10월 선언했다. 그러나 2월 대선을 앞둔 정치 상황 및 재정수지 불안 등으로 조기졸업 시기가 늦춰졌다.

사마라스 총리는 의회에 대통령 선출 1차 투표를 오는 17일 실시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1차 투표에서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인 200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부결되면 5일 뒤 2차 투표를 실시하고, 2차 투표에서도 선출되지 못하면 3차 투표를 진행한다. 3차 투표에서는 정원의 5분의 3 이상인 180명이 찬성해야 당선된다. 3차 투표에서도 선출되지 않으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그리스 안팎에서는 조기 대선이 오히려 정권 교체를 야기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가결에 필요한 연립여당의 의석수가 부족한 데다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떠나버린 민심이 시리자로 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민주당과 사회당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은 155석을 차지하고 있다. 45석을 더 확보해야만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정이 최대 175표를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결국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고 총선을 치러 시리자가 중심이 된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 대선 소식에 아테네 증시는 이날 12.8% 폭락해 1987년 이후 일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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