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코베어간’ 사기] 영화 ‘신의 한 수’처럼 특수 장비 동원, 5급 내기 바둑에 5단이 훈수

내기 바둑을 그린 영화 ‘신의 한 수’를 연상시키는 사기단이 경남에서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내기 바둑을 하자며 아마추어 바둑 애호가들에게 접근, 초소형 카메라 등 특수장비를 이용해 사기 바둑을 두는 방법으로 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서모(51)·장모(49)·한모(48)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초소형 카메라와 이어폰, 영상 송수신기, 모니터 등 159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올해 1월 11일 사이 거제 지역의 기원에서 A씨(54) 등 3명을 상대로 80차례 사기 바둑을 둬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마추어 바둑 4∼5급 실력인 서씨가 내기 바둑을 두는 ‘선수’ 역할을 맡았고, 아마추어 바둑 5단 수준인 장씨가 사기도박용 특수장비를 이용해 훈수를 두는 ‘멘트기사’를 담당했다. 한씨는 이들 사이를 오가며 장비를 점검하는 ‘연락책’을 맡았다.

서씨는 윗옷 옷깃이나 모자 창 아래에 직경 1㎜가량의 초소형 카메라를 숨기고 속옷 등에 영상 송신기와 초소형 이어폰, 음성수신기 등으로 무장했다. 이어 서씨가 바둑을 두면 장씨가 영상 수신기를 보면서 무전기를 통해 다음 한 수를 가르쳐 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의 범행은 서씨가 바둑을 두는 동안 구경꾼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서 시종일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는 몸짓을 수상하게 여긴 주변인들의 신고로 들통이 났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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