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전 네덜란드 정부가 우리 대사를 초치한 일이 ‘외교 굴욕’으로 이어질 수 있던 이례적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최근 10여년 사이 대통령 국빈 방문 전 상대국이 우리 대사를 초치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네덜란드 정부의 항의성 초치에도 행사 준비를 위한 소통이 목적이었다고 해명한 외교부를 향해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이후 대사 초치 사례’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상의 국빈 방문 시 대사가 초치된 사례는 2023년 네덜란드 정부의 초치 한 번뿐이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윤 전 대통령 방문 열흘 전 최형찬 당시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해 과잉 의전 등에 관해 항의했다고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경호상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의 승강기 면적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부탁을 했다는 이유였다.
일각에선 국빈 방문 전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는 건 흔한 사례가 아니라며 ‘외교 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외교부는 당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초치’는 외교적 항의 차원에서 상대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외교가에선 상대국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한 외교적 행위로 평가한다. 일본이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펼칠 때 우리 외교부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네덜란드 정부가 과도한 경호·의전 요구를 이유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초치했음에도 외교부는 통상적인 대화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최근 10여년 가까이 국빈 방문 전 대사 초치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된 만큼 외교부가 당시 초치 배경을 제대로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정 의원은 “외교 현장에서 일어난 대통령실의 과잉 의전 요구를 덮기 위해 외교 프로토콜까지 왜곡한 국민 기만행위”라며 “외교부는 당시 대통령실이 네덜란드에 요구했던 의전 상세 목록을 즉각 국회에 제출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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