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 전쟁’ 이후 첫 대면 협의를 했다. 양국은 관세 등 무역 현안을 비공개로 집중적으로 논의했고, 11일에도 협의를 이어간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네바에서 회담했다. 양국의 회담은 자유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근처인 유엔 주재 스위스 대사의 관저에서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은 이날 회동이 약 8시간 정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뒤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이 합의됐다”며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완전한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업계에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회의는 모두발언도 공개 없이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양측 모두 회담 진행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함구했다.
미국 측 대표단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참석했다. 관세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대표단에 공안과 마약 단속 분야의 최고위 인사인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정부는 왕 부장이 회의에 참석했는지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왕 부장의 회의 참석은 펜타닐 마약 재료 공급을 비난해온 미국에 대해 중국이 협상 여지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고위급 대표단이 무역 현안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펜타닐 등을 이유로 중국에 145%의 고율 관세를 먼저 부과했고, 중국도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베선트 장관이 직접 현재의 고관세율에 대해 “지속가능하지 않다. 무역 금수 조치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사실상 양국의 무역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관세 폭격을 먼저 시작한 트럼프는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해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80%가 적절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중국은 그동안 “이번 관세 전쟁은 미국 측이 시작한 것”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해왔으며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협상 결과는 향후 세계 경제의 경로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일단 관세 ‘치킨게임’을 주고받으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던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양국 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첫 회담인 만큼 눈에 띄는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회담의 중요성은 매우 크지만 관세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낮다”며 “많은 전문가는 이번 논의가 양측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협상 방향을 정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신경전과 상호 공방이 한동안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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