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친환경 기조 속에서도 탄소 다배출 업계는 탄소 포집·활용(CCU) 관련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 공통의 지향점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수출 기업으로서 너무 큰 리스크라는 이유에서다. CCU는 공기 중에 있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자원화·상품화하는 것을 말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와 LG화학은 철강산업 CCU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CCU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다고 전날 밝혔다. 철강·화학 산업을 연계한 CCU 실증 사업이다.
포항제철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이를 원료로 합성가스(일산화탄소+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LG화학의 메탄건식개질(DRM) 기술을 적용한다. 이렇게 생산한 합성가스는 지속가능항공유 등 화학 제품의 원료로 판매하거나 제철 공정으로 다시 투입한다. 제철소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합성가스를 만들고, 이 합성가스를 쇳물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의 환원제로 쓰는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철강, 화학, 정유 등 업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CCU 기술을 비롯한 탄소 포집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CCU 기술을 활용하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
현대제철도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롯데케미칼은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CCU 설비의 실증을 완료하고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정유 업계에서는 이산화탄소, 탈황석고 등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콘크리트, 경량블록 등 건축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기에도 CCU를 포함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산업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치적 우군인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관련 기술 및 인프라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 저감을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스터는 세계 CCUS 시장 규모가 연평균 15% 성장해 2035년이면 110억 달러(약 15조3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김석붕 글로벌CCUS학회 이사는 “트럼프 2기의 친화석연료 정책과 시장의 지속가능성(친환경)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기업 입장에서 CCUS를 포기함으로써 국제규범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선택”이라며 “미국의 기후와 에너지 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나 CCUS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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