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진출에 나선 중국 BOE에 대해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BOE의 모든 OLED 디스플레이 사업이 자사 핵심 기술을 토대로 구축된 만큼 부당이익 보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물량 공세를 통해 LCD 시장에 이어 OLED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는 물론 국내 업체들이 2~3년의 기술 우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되는 정보기술(IT) 기기 OLED 시장에서도 개발 속도가 매섭다. 한국의 OLED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3년 73.6%에서 지난해 67.2%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점유율을 25.7%에서 33.3%로 늘리며 격차를 좁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문제 삼는 부분은 BOE의 지속적인 특허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자사 직원들을 빼가고 협력업체들과 공모해 자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청두에 건설된 BOE의 최신 OLED 생산 시설의 제조 장비 도면의 유사성 등이 그 근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응 방식은 적극적인 소송전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30일 삼성디스플레이가 2023년 11월 제기한 BOE의 영업비밀 침해와 제품의 수입금지 여부 여부에 대해 예비판결을 내린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C 조사국이 지난해 12월 행정판사에 제출한 결론에서 BOE가 총 16개 항목 중 15개 항목의 영업비밀을 침해했음을 인정했고, 수입 금지 조치 역시 요청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정법원 특성상 조사국의 스태프 변호사(staff attorney)의 조사 결과가 예비판결, 그리고 최종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2022년 12월과 2023년 6월에도 ITC와 미 연방 텍사스 동부법원에 아이폰 OLED 다이아몬드픽셀 구조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지난 3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3건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특허를 침해한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ITC가 특허침해를 인정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민사소송을 적극 제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에만 특허침해소송 3건, 영업비밀침해소송 1건을 텍사스 동부법원에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BOE 제품을 뜯어볼 때마다 나오는 자사 기술을 보면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입 금지 처분까지 내려진다면 BOE로서는 미국 시장 진출에 지장이 생길 뿐 아니라 기존에 공급하던 애플 등 고객사에도 신뢰를 잃는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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