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은 ‘경북 산불’을 유발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를 받는 피의자 2명을 이르면 다음 달 초순 송치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성묘객 A씨(50대)와 과수원 임차인 B씨(60대)로 앞서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은 구속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영장이 발부됐으면 구속 기한에 맞춰 4월 말에 송치할 예정이었으나 발부되지 않아 서류를 조금 더 보완해 송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묘객 A씨는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에 자라난 어린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과수원 임차인인 B씨는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소각물을 태웠다가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했으며, B씨는 혐의 사실을 부인 중이다.
피의자 2명이 져야 할 민형사상 처벌과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형사 처벌 수위는 높지 않을 전망이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형사처벌은 산림보호53조에 따라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라도 산불 원인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감안하면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민법750조에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인명 피해와 무려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액 천문학적 복구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개인 차원 손해배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배상 범위에는 산림과 농지, 주택, 상가 등 재산상 피해를 비롯해 인명 및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도 해당된다. 또 산림소방이 투입한 인장비 운용 비용 등도 실화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의성군 안평면 산불 피의자 A씨와 안계면 산불 피의자 B씨는 막대한 비용을 배상액으로 물어야 한다.
안평면 산불의 경우,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24분쯤 괴산리 야산에서 일어나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로 번졌다. 이로 인해 27명이 숨졌으며 주택 3500여 채가 전소됐다. 또 10만㏊에 육박하는 산림이 소실되는 등 추산 복구액만 2조70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화자에게 복구 비용을 청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전신주 불꽃이 튀어 대형화재로 이어진 2019년 강원 고성·속초 산불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한국전력공사에 3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을 마친 현재 기준 27억원의 배상 책임만 인정받은 상태다.
또 피의자들이 법원 판결 이후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채 회생파산신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지역 한 변호사는 “이번 산불은 강풍에 의해서 확대됐으며 바람이 안 부는 경우를 상정했을 때 기준으로 피해면적을 산출하고 그 면적을 복구하는데 얼마 정도가 든다고 가정하면 이 부분에 대해선 구상권 청구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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