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對)중국 무역 제재를 본격화한 2015년 이래 주요 중국산 중간재가 한국산으로 대체되면서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액이 약 10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3일 이런 내용의 ‘한국 대미수출의 구조적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0년~2024년 대미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 43.2%, 철강 94.6%, 이차전지 216.8%, 석유제품 119.6% 등 중간재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미국국제무역위원회 기준)은 2015년 5040억달러(한화 약 718조원)에서 2023년 4626억달러로 줄었다.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 투자액도 늘었다. 2014년 400억달러에 못 미쳤던 누적 투자액은 2023년 기준 1300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는 1만1101개사에서 1만5876개사로 43% 증가했다. 그린필드 투자는 외국인이 상대국에 공장, 법인 등을 신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액 확대가 현지 기업들이 중간재 조달을 한국산으로 대체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대미수출도 덩달아 늘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조금 중심의 투자 유인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진출이 활발히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중간재·자본재 수출 증가세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와 맞물려 한국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미국이 문제 삼는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이같은 대미 직접투자 증가세를 협상 논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산업과의 연계 강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미 양국 경제·산업의 상호보완적인 구조를 미국 측에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이를 통상 협상 논리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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