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 관세 정책과 탄핵 선고 등으로 급락하면서 항공업계가 모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고환율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선 환율 안정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 지난 4일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1467원 대비 32.9원 하락한 1434.1원에 마감했다. 이는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26일 1433.1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1430원대를 기록했다.
환율이 하락한 이유는 탄핵 인용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추가 하락이 이어질지, 다시 반등할지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고환율에 고심하던 항공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항공업은 항공기 임차료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등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원 규모로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환율과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정치·사회·경제적 리스크들은 사업 운영의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앞으로의 환율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환율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여행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여행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국내에서 일본 여행이 인기를 끈 요인도 엔저 현상이 요인 중 하나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장기화가 부담된 것은 사실”이라며 “환율이 안정되면 비용 절감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으로 국내 경기가 더욱 악화한다면 자연스레 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항공 화물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우려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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