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 드래프트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게임을 보는 재미와 흥미를 극대화하고 싶었습니다. 팬들로부터 매번 비슷한 챔피언을 보니 지루하다는 불만을 들었기 때문이죠. 프로 신(scene)에도 많은 챔피언을 등장시켜서 솔로 랭크와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매튜 릉-해리슨 리그 오브 레전드(LoL) 리드 게임플레이 디자이너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된 LoL 퍼스트 스탠드 개발자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LoL 개발진은 피어리스 드래프트 제도, e스포츠·LoL 게임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이전 세트에서 양 팀이 썼던 챔피언을 다음 세트부터 사용할 수 없는, 한 세트마다 10개의 챔피언이 자동 밴되는 시스템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3년 중국 2부 리그인 LoL 디벨롭먼트 리그(LDL)부터 하프 피어리스 드래프트(이전 세트에서 자신의 팀이 썼던 챔피언만 사용할 수 없는 방식)를 도입해 시범 단계를 거쳤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2부 리그에서 시범 도입한 후 올해 1부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도 적용했다.
매튜 릉-해리슨은 “4, 5세트에 변형을 주는 제도를 중국 리그에 시범적으로 도입했지만 내부 및 프로 선수들과의 많은 논의를 거쳐 작년 말 현재의 피어리스를 사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피어리스를 도입하면 e스포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연구했다”고 말했다.
개발진은 e스포츠와 게임, 각각의 관점으로 나눠 피어리스 도입 이유를 밝혔다. 매튜 릉-해리슨은 “e스포츠 측면에선 피어리스를 도입해 게임의 재미와 흥미를 극대화하고 싶었다. ‘다양한 챔피언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e스포츠와 솔로 랭크의 경험을 비슷하게 만들고도 싶었다. 일반 게임에서도 즐기는 많은 챔피언을 프로 신에서도 볼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게임 측면에서도 소위 ‘특이한 챔피언’을 대회에서도 기용하다 보니 여러 챔피언이 빛을 보게 됐다”면서 “그동안 프로 선수들과 일반 플레이어 모두를 위해 챔피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가 않았다. 피어리스 덕분에 프로 경기와 일반 게임의 균형이 맞춰졌다”고 덧붙였다.
제스로 차 LoL e스포츠 운영 담당은 “피어리스 방식에서는 매치가 지날수록 챔피언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더 역동적인 드래프트를 볼 수 있었다. 미드 비에고, 미드 클레드, 탑 블라디미르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과거에는 대회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선수들의 챔피언 숙련도를 뽐낼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회에서 챔피언 선택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에 따르면 지난해 LCK 서머 시즌은 총 240개 경기 중 103개 챔피언이 사용됐다. 이에 반해 올해 초 열린 LCK컵에선 109개 경기 중에서 116개 챔피언이 선택됐다.
또 올해 LCK컵에서 가장 높은 챔피언의 픽률은 33.3%다. 직전 대회인 지난해 LCK 서머 시즌에 비교하면 26.7%가 감소한 수치다. 상대적으로 픽률이 낮던 챔피언은 선택된 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제스로 차는 “이러한 지표는 개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접 챔피언을 상대로 애니비아가, 마법 챔피언을 상대로는 갈리오가, 탱커 챔피언 상대로 피오라가 나오는 등 특별한 밸런스 조정 없이도 챔피언의 카운터 픽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치당 평균 경기 수는 길어졌다. 각각 지역별로 올해 초 열린 LCK컵과 작년 서머 시즌을 비교해보면 LCK(31.6%), LPL(30.3%), 북미·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남부리그(LTA-S·14.9%), 북미·라틴아메리카·브라질 북부 리그(LTA-N·11.3%), 유럽·중동·아프리카(LEC·11.9%), 아시아태평양(LCP·5.5%) 순으로 경기수가 늘었다.
전 세계 e스포츠 팬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가 진행한 팬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76%가 피어리스에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이 외에도 ‘피어리스 적용 경기가 흥미롭다(81%)’, ‘피어리스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경험했다(77%)’, ‘이후 대회에서의 피어리스 적용 여부 관심 있다(70%)’의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피어리스를 잘 활용한 선수로는 ‘엄티’ 엄성현(팀 리퀴드·LTA), ‘쇼메이커’ 허수(디플러스 기아·LCK)를 뽑았다. 제스로 차는 “허수는 피어리스에서 챔피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정도로 독특한 픽을 많이 보여줬다. 엄성현 역시 정글에서부터 다양한 픽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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